주운 물건(拾った品) [ Day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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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링크입니다. 본 글은 원작자에게 번역을 허가 받지 않은 글입니다.
(원작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혹여 아시는 분은 댓글 부탁드립니다.)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번역 / rennes
도움 / kuristi
2010년 7월 26일 오전 10시 32분
"으아, 덥네……"
쾌적하고 편안한 온도였던 비행기, 에어컨이 잘 작동해 시원하던 기차.
일본의 도쿄의 한복판은 도시열섬현상을 피부로 느끼는 것이 가능한 한증탕이였고, 거기서부터 완벽하게 바뀌었다.
JR 아키하바라역의 개찰구를, 너무 무거운 캐리어를 질질 끌면서 빠져 나왔다.
너무 눈부신 태양 작열하고,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 땀이 흘러내려 부지런히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거리의 사람들이 시야에 비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본인으로, 일본어가 난무하고 있는 도로는 좌측통행이고, 주변에 늘어선 빌딩에는 전부 히라가나와 가타가나, 혹은 한자였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랐던 나라라고 말하기엔, 해외생활이 조금은 길었던것 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도중의 공항이나 역에서 직원들에게 말을 걸 때, 제일 처음으로 나왔던 말은 매번 영어였다.
담당자들은 초조한 표정을 지었고, 그럴때마다 빠르게 일본어로 고쳐 말했다.
"이래서는 앞날이 걱정되네……"
스스로 자신에게 실망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차노미즈에 있는 호텔에 예약을 해 놨지만 , 체크인이 저녁 이후로 되어 있는 관계로, 활동 거점이 될 아키하바라를 오전중에 돌아보기로 했다.
잠시 짐을 끌고 다니게 되었는데, 연구소의 선배는 평소 운동 부족을 해소할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첫날부터 체력을 사용하는 것은 사양하고 싶어서, 일단 행사장과 주최자에게 인사를 한 후, 적당한 장소에서 더위를 식히며 시간을 때우자고 멋대로 결정해버린다.
한 달 전쯤 2주 정도 역유학을 하러 왔는데, 설마 이렇게 단기간에 다시 찾아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알고 있었다면 계속 이곳에 머무르는 편이 훨씬 편했을 텐데 말이다.
초등학교 5학년때 떠난 이래, 지난 2주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돌아왔던 일이 없었고, 돌아오고 싶은 마음도 갖지 않았던 이 일본땅을, 또 다시 이 발로 밟게 될 줄이야.
운명이란건 장난을 정말 좋아한다고 생각하며, 나답지 않게 비과학적인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넘쳐나는 아키하바라의 땅에, 또 하나의 발소리와, 캐리어의 소리가 울려퍼졌다.
어쩌면 다음날에는 죽었을지도 모르는 소녀의 --,
마키세 크리스의, 그녀에게 있어서 일생에서 가장 길고 긴 하루가, 그 첫걸음으로 인해서 시작되었다.
* 주운 물건 - days 5 - *
"으음…… 무, 물……"
크리스는 아키하바라를 헤매며 코인라커에라도 짐을 맡길까 라는 생각을 몇번이고 했지만, 지금 맡겨버리면 두 번 다시 수중에 들어오지 않을 그 짐을 원망스러운 듯이 노려보았다.
별로 여유롭지 못한 지갑에서 동전을 꺼내 주저 없이 그것을 자판기에 집어넣고 적당한 음료 버튼을 누른다.
마개를 열고 난 뒤 단숨에 마셔버리자 마치 되살아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후아, 하고 한숨 돌리고 나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에계의 그림이 곳곳에 붙은 거리의 뒷골목의 그늘진 통로, 일단은 그 곳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고 있는 셈인데, 그럼 왜 이런 구질구질하고 비좁은 통로의 그늘을 선택했냐면.
"여기가 어디야……"
대절찬, 미아 중이었다.
적어도 동서남북의 감각은 있으므로, 마음만 먹으면 아마, JR아키하바라역까지는 어떻게든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골목을 빠져나와도 보이는 것은 거리일뿐 어지간한 표식이 없다.
하아, 하고 크게 한숨을 쉬며 크리스는 자신의 캐리어에 앉았다.
도대체 일이 왜 이렇게 된 건지 고민하다 서러워져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러던 차에 휴대폰에서 진동이 오는 것을 깨달았고, 일본에 올 즈음 장만해서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핸드폰을 꺼내자, 거기에는 익숙한 발신인으로부터의 메일이 와있었다.
시차를 감안한다면 저쪽의 상황은 밤의 작은 휴식이였을까.
선배님 이라는 이름으로 등록된, 히야죠 마호로 부터 온 메일을 열자, 마치 도발하는 것 같은 문구가 있었다.
그것은 마호 나름대로 크리스를 귀여워 하는 것이였지만,
누가 봐도 분명하게 미아가 된 이 상황에서는, 비꼬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괜히 짜증이 나서, 내친김에 논문 발표로 몇번인가 일본 방문 경험이 있는 선배에게 되쏘아 주려고, 망설임 없이 연락처에서 마호에게 전화 발신을 했다.
두 번정도 걸자 마호는 그제서야 전화를 받았다.
"하로, 크리스. 일은 좀 어때?"
"안녕하세요 선배애. 이야 그게말이죠 완전 큰일났어요오"
"....크리스? 뭔가 너 좀 이상하지 않아?"
"네에? 선배 정말 너무하잖아요오, 후배를 붙잡아놓고 이상하다던가아"
"아니 붙잡은 적 없고, 너가 먼저 전화걸었잖아. 그런데, 큰일이라니 뭐가말야"
"어라....여기, 어디지?"
마음껏 불쾌함을 그대로 드러내며 투덜거리니, 전화 너머에서 뭔가를 뿜어내는 목소리가 들렸고, 큰일이라고 느꼈을 땐 이미 늦어버렸다.
마호는 폭소를 터뜨려버렸고, 주위의 연구원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물론 마호가 그것을 영어로 설명을 시작했고--
"으아아아아아!!!"
"크, 크리스가 미아라니!! 아하하하하!!!"
"서, 선배 제발!!"
비명을 지르며 막아보려 해도, 그것은 마호의 귀만 아플 뿐, 주위의 연구원에겐 들리지 않았다.
이제 이것으로 연구실에서 크리스는 길잃은 새끼 고양이 취급은 확정이다.
미국에 돌아간다면 바보 취급을 당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천재로서의 재능은 아직 고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자리를 잃는 일은 없겠지만, 당분간은 기분이 나빠질 게 틀림없다.
크리스는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몇 분 전 자신에게 섣부른 짓과 경솔한 언행을 말리고 싶었지만, 이제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핫, 너무 웃었네, 그래서 지금 어딘데?"
"…아키하바라 어디쯤인거 같은데. "토라노아나"라고 써 있어요."
"...너 머리 괜찮아?"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 같자, 크리스는 머리를 망치로 후려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크리스가 맹렬한 기세로 반박하자, 기막힌 듯한 마호의 목소리가 들렸고 귀를 기울여 보니--
"좋아, 귀 열고 똑똑히 들어. 그 "토라노아나" 건물 골목에 자판기 있지?"
"음, 네에, 바로 앞에 있어요."
"자판기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봐."
"오른쪽.... 도로 건너편에 건물이 있어요."
"거기가 바로 너의 목적지야!!"
- - - - -
UPX 직원에게 인사를 마친 뒤 밖으로 나왔고, 수십 분 사이에 엄청나게 체력을 소모하고 말았다.
선배에게는 엄청난 기세로 혼났고, UPX에 도착했을 쯤에는 땀범벅이였으며, 하필 오늘 엘리베이터가 점검중이었다.
설마 케리어를 계속 끌고 다닐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오른팔은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어쨌든, 이번 강의의 주최자에게도 인사를 마쳤으니, 이제 할 것은 시간을 때우는 것 뿐이다.
오늘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크게 내쉬며 벌써 깊은 밤이 되어있을 미국에 감사를 담은 메일을 보냈다.
아까의 전화가 없었다면, 아마 눈 앞의 건물을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 빙빙 돌기만 했을 것이다.
메일을 보낸지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마호는 여러가지 조심하라는 내용의 보호자와 같은 답장을 곧바로 보내왔고, 아무래도 못난 후배를 걱정해준 것 같았다.
외형은 정반대라고 하지만, 이렇게 크리스를 잘 돌봐주고 있으니 세상은 알다가도 모를 것이었다.
일단 근처에서 출출한 배를 채울 겸, 시야에 들어온 맥도날드로 향했다. 미국에 비해 상당히 얌전한 일본의 맥도날드는 오히려 크리스에게 딱 맞았다.
뿌리는 역시 일본사람이라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을 생각 하면서 크리스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게 안에 들어선 뒤엔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적당히 바람을 쐬고 있었다.
아직 체크인까지는 3시간 넘게 남았기 때문에, 시간을 때울만한 뭔가를 생각 해야 했지만, 역시 이 곳에서 시간을 허비 할 수는 없었다.
휴대폰만으로 인터넷을 뒤적거리기에는 조금 불편하기에 차라리 넷 카페를 갈까 고민까지 해보았다.
포도 맛 탄산음료를 마시다보니 부족해 같은 걸 하나 더 주문해 버렸다.
멍하니 거리를 바라보는 것도 나쁘진 않았지만, 뭔가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지난 2주간의 역유학 당시 체류기간이 2주를 딱 맞춘 것은 아니였기에 그나마 관광은 한 셈이었다.
하지만, 정해진 휴일이 없는 단 며칠동안 제대로 구경도 하지 못했고 기껏해야 학교나 호텔 주변을 둘러보는 정도였다.
이번에는 다소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므로 호텔에 체크인한 뒤, 계획이라도 세워볼까 하는 생각을 하며 다시 탄산음료를 홀짝거리며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자, 옆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반응이 조금 늦어버려서 순간적으로 사과를 하며 뒤돌아보았다.
단지, 그 사과 마저 영어로 해버렸단 것을 조금 지나 스스로 눈치채게 되었다.
"언니, 거기 좀 비켜주지 않을래? 우리가 앉고 싶은데"
"...네? 저는 아직 식사중인데요."
"됐으니까. 다른 자리 많이 비어 있으니까 앉을 수 있잖아?"
"아니, 제가 지금 이 자리를 쓰고 있으니까 다른 곳에 앉으면 되잖아요."
크리스는 노골적으로 언짢은 태도를 보이면서 캐리어를 자신의 몸 근처로 끌어 당기며 또 귀찮은 녀석들에게 얽히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미국이라면 이 정도 패거리는 그 근처를 서성거리는 좀 더 강한 패거리에게 쫄아 꼬리를 말고 도망가는 것이 고작이었고, 그 강한 무리도 같은 일을 하는 게 부지기수여서 상황은 좋아지지 않기는 하지만 말이다.
겨우 그 정도일 거라고 생각하며 우습게 보던 크리스는 자신의 팔이 잡힌 것을 눈치채고 순간적으로 놀라 자기도 모르게 손을 뿌리쳐 버렸다.
"저기 뭐하는 거에요, 그만하세요"
"어이 누님 시끄러워, 다른 손님에게 피해가 가잖아"
"어디가 말이죠? 그 쪽이 더 민폐잖아요. 저리 비켜요!"
"어? 우리한테 하는 소리야?"
……미아가 되어 캐리어를 하루종일 끌고다니고, 선배에게 웃음거리가 되는 처지가 되었지만, 드디어 쉴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사단이 벌어진 것이다.
일본보다 훨씬 더 치안이 나쁜 미국에서조차 이런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오늘은 정말 운이 없었다.
여기서는 편히 쉴 수 없다고 판단해 돈이 조금 들어가더러도, 좀 더 고급스러운 곳이나 넷카페 같이 개인실로 가기로 맘먹었다.
크리스는 정말 귀찮아져 그 녀석들의 말을 들어주기로 하고, 캐리어를 끌며 다른 한 손에 자신의 트레이를 들어올렸다.
못마땅한 눈초리로 노려보며 가게 사람에게 고개를 숙인 뒤, 아직 반 정도는 남아 있을 쥬스를 어쩔 수 없이 쓰레기통에 처리하고 가게를 떠나려다가 시선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니 그 녀석들이 기분 나쁘게 히죽거리며 크리스 쪽을 빤히 노려보고 있었다.
섬뜩해져서 빠른 걸음으로 가게를 나온 뒤, 다음 목적지를 찾아...아니, 우선은 그 놈들을 따돌려야 했기에 크리스는 캐리어를 들어올리며 골목과 건물을 살금살금 빠져나오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빌어먹게 무거운 짐을 하루에 두 번씩이나 들어올려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쟤네, 도대체 뭐지?
크리스는 마음속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욕설을 쏟아내고, 눈앞에 화풀이 할만 한 입간판이 있었다면 틀림없이 차버렸을 것이라 생각하며 초조한 감정을 가슴 속에 안고, 빠른 걸음으로 아키하바라의 거리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또 미아가 되어 길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해보지만 일단 역의 위치는 정확하게 파악 해놓았으므로, 최악의 상황에서도 아키하바라 역으로는 돌아 갈 수 있었다.
그렇게 돌아다니기를 몇 분.
역시 짐을 들고 다니는 것에 지쳐, 짐을 내려놓고 후우 하고 한숨 돌리니 바로 근처에 자판기를 발견하고 지갑을 꺼내 돈을 넣으려고 했다.
오늘은 정말, 바보같이 음료수 값만으로 돈이 날아갔다는 생각을 하면서 동전을 투입하려고 손을 뻗었--.
"언니, 의외로 잘 도망치네."
……그대로 팔을 붙잡혀 버렸다.
돌아보니 그 곳에는 방금 얽혔던 불량배들의 모습이 보였고 아무래도 미행 당했던 것인지 완전히 떨쳐내기엔 무리였나보다.
크리스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깊게 내쉬면서, 정말 귀찮은 일에 말려들었다고 생각했다.
완벽하게 둘러 싸여 난처한 상황에 식은 땀을 흘렸고 원만하게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였으며 포위를 벗어날 방법조차 달리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애초에 운동부족에 하지도 않던 일을 한 결과, 피로가 많이 쌓여 있었고 게다가 힘도 없어서 잡히면 끝이었다.
이건 도움을 부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니 강이 근처에 있었고 인적이 조금 드문 곳이었다.
조금 전, 마호에게 주변지도를 받고 「일본에 있으면서 미국에 있는 선배에게 일본지도를 받은건 정말 한심한 일이었다」 확인한 뒤 결과로 미루어 보건대 아마 오차노미즈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목소리를 높여도, 곧바로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이 와줄지 어떨지 모르겠다.
리더다운 남자가 다그치며 다가와 크리스의 복장을 보고 아야메인 여고의 교복임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개조되어 있는 데다 평일 대낮에 돌아다니는 걸 보고 불량 여학생이라 생각했는지 엉뚱한 욕설을 듣게 됐다.
사실 나이를 따진다면 고등학생 정도의 나이긴 했지만, 이런 정신연령이 낮은 패거리와 격이 다른 사람이라고 자부할 수 있었다.
뭐, 평소 @채널처럼 그 자리에서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은 지나치게 흥분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무슨 남의 일처럼 빨리 끝나지 않을까라는 생각하니, 부하 중 한 사람이 크리스의 옷차림과 지갑을 보고 수중에 돈이 있을 거라고 간파하며 지적하자 무심코 움찔하며 어깨를 떨었고, 눈치챘을 때는 전원의 눈빛은 변해 있었다.
첫날은 이동을 포함해 나름대로 돈이 들 것을 예상하고 현재 꽤 많은 현금과 현금카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수중에 여유가 있었는데 지갑을 도둑 맞는다면 일본에서 돈을 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미국에 있는 메인계좌는 타격이 없어서 상관없겠지만, 그렇게 되면 당연히 돌아가는 티켓을 살 수 없어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으면 돌아가는 것조차 뜻대로 되지 않는 최악의 문제가 펼쳐질 수도 있다.
더 말하자면 지금 수중에 있는 휴대폰은 일본에서 일시적으로 계약한 것이므로 요금을 지불할 수 없다면 당연히 연락수단마저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가능성마저 생기기에 완전히 사면초가였다.
간신히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한 크리스였지만, 때는 이미 늦었고 혼자서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레벨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다.
"아니……저기……"
머리를 풀 회전시켜보지만, 이런 상황에 처한 시점에서 논리성은 전무했고, 크리스 특기의 분석과 계산을 살릴 틈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아, 겨우 상황을 이해했어?"
"...죄, 죄송합니다."
"하핫, 겁이라도 집어먹은거야? 근데 이렇게 되면 우리도 공짜로 돌려보내줄 수도 없잖아? 그리고 언니, 이런 덩치 큰 캐리어를 끌고다니다니.. 여행이라도 다니는거야?"
부하의 한 사람이, 크리스가 끌고다니던 캐리어를 건드리려 한 순간,
…… 몸은 순간적으로 반응해 버렸다.
"안 돼!!"
아, 괜한 짓 했다. 스스로 행동 하자마자 알아채 버렸다.
그렇지만 차마 놓을 수가 없었다.
이 캐리어 안에는 모든 것을 제쳐두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이 들어 있다.
……아빠에게 보여주고 싶은 논문이 들어 있으니까.
"어?"
"이 빌어먹을 년이!"
크리스는 캐리어를 낚아채서 끌어안듯이 지켰지만 그렇지 않아도 신경을 건드리고 있던 데다가 이 행동을 기점으로 다들 완전히 광기어린있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이 불량배들을 막을 방법은, 지금의 크리스에게는 없었다.
"앗!!"
또 망설이고 있을 틈은 없었고, 칼 하나라도 나온다면 완전히 크리스의 패배이기에 물불가리지않고 캐리어를 끌며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뛰기 시작했다.
아키하바라의 거리를 문자 그대로 "필사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 - - - -
다행인 것은 도망가기 시작하자마자 신호가 바로 바뀐 것이었다.
각오를 한 뒤, 신호를 무시하고 똑바로 돌파하자, 당연히 모든 운전자에게 욕설을 듣게 되었지만, 그 녀석들은 곧바로 제자리걸음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과로 상태에서 한 도주치고는 상당한 어드밴티지를 취하는 데 성공했다.
아키하바라 방향으로 인파에 뛰어들어 그대로 도망치면서 어느 정도 지난 뒤 주위를 둘러보자 패거리가 없는 것을 확인하자 핏내음이 나는 자신의 목을 진정시키며 천천히 거리를 걷기 시작한다.
그렇지 않아도 캐리어를 끌고 있어서 눈에 띄는데, 뛰어다니기까지 하면 너무 눈에 띄었다.
전속력으로 뛰다가 천천히 걸으며 가까운 빌딩에 들어와서는 근처의 여자화장실로 뛰어들어 칸의 문을 쾅 닫고 잠갔다.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면, 여기서 조금 시간을 보내면 어떻게든 될 것이고 정말이지 엄청난 재난이었다.
크리스는 휴대폰을 꺼내 예약을 했던 호텔에 조금 늦을지도 조금 늦을 지도 모른다고 연락을 하려고 했--
"여기쯤이야?"
"응, 그 쪽이야."
......크리스의 바로 근처, 화장실의 창밖과 여자 화장실의 입구 양쪽에서 소리가 들려서 벌써 포위된 것을 깨달았다.
설마 그 인파 중에서 찾아 낼 수 있었던 건가.
크리스는 무서워져 칸 가장자리에서 움츠러들고, 소리가 나지 않게 세심한 주위를 기울이자--
"헉!?"
날카로운 파괴음이 귓가를 때렸고 엄청난 양의 유리 파편이 땅바닥에 흩어졌다.
무거운 금속소리가 한층 더 울려 퍼졌고, 칸 아래 틈으로 보이는 곳에서는 아무래도 「빠루 같은 것」……이 보였고 보다 주의 깊게 살펴 보자, "빠루"그 자체가 휘둘려져지고 있었다.
이어서 드르륵 창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인형이 뛰어 들어왔다.
"에이, 언니, 아픈 거 보기 싫으면 나와"
"뭐, 나와도 아프겠지만 말이야 꺄르르!"
"나온다면 주먹에서 끝날 거고, 나오지 않으면 이 녀석한테 당할지도 몰라."
깡...깡...
빠루가 땅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크리스는 너무나 큰 공포감에 소리도 내지 못하고, 덜덜 떨기 시작했다.
여자 화장실 뒤쪽으로 넘어왔으면 정문으로 들어온 사실을 들키지 않아 이 곳을 특정 지을 수 없었을텐데, 도대체 어떻게.
크리스는 계속 고민하면서 원인을 따져보지만 상황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소리를 들어보니, 복도에 있는 사람은 들어오지 않았다.
아마도 여자 화장실에 들어오는게 껄끄러운 사람 일 것이고, 그렇다면 밖에 있는 놈은 남자 한 명일 것이다.
……이쪽에 있는 무기는, 캐리어 하나뿐.
논문을 넣은 쪽을 조심해 힘껏 후려갈긴다면 위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크리스는 침착하게 심호흡을 하며 냉정을 되찾고 문 너머에 둔기를 잡고 있다고 생각되는 상대를 경계한다.
-직후 문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지면서 실내에 굉음이 울려 퍼졌다.
무심코 헉, 하고 소리를 높혀 버리고 만 크리스, 이제 완전히 안에 있는 것은 들켜버렸다.
이제부터는 작전대로, 캐리어를 갈아 입을 옷이 들어 있는 가운데 쪽을 잡고, 다른 손으로 천천히 걸쇠에 잡았다.
놈이 치는 순간에 걸쇠를 풀어버리면, 치는 것과 동시에 문은 열리고 상대는 밸런스가 무너질 것이다.
만약 자신도 맞을 경우를 대빌해서 캐리어로 보호한 뒤, 동시에 반격을 가해 상대를 캐리어로 밀어버리고, 일어나거나 다른 사람이 오기 전에 창문을 넘어 도망칠 생각을 한다.
그래, 그 놈들이 들어올 수 있던건 이곳은 1층이기 때문이다.
굳이 1층을 택했냐면, 나도 도망칠 것을 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 와라.
크리스는 온 신경을 문밖으로 집중하고--.
-지금!
문의 걸쇠를 확 풀어버리자 엄청난 기세로 문이 열려버리고, 동시에 빠루가 내려쳐진다.
크리스는 캐리어를 들고 방어를 했지만 빠루는 그 어디에도 명중하지 못했고 상대는 위축되어 있는 가운데, 기회는 지금 뿐이다.
크리스는 캐리어를 높게 치켜들어 상대를 향해 내리 찍었다.
"크아악!!"
둔탁한 비명 소리을 지르며 남자는 쓰러졌다.
후두부를 가격했기 때문에 어쩌면 실신해 잠깐동안은 못 움직일지도 모르기에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
크리스는 밖에 있는 무리가 없는 것을 빠르게 확인한 뒤, 캐리어를 먼저 창밖으로 던졌다.
그와 동시에 착지점을 확인한 후 호흡을 가다듬고 문틀을 뛰어넘은 뒤 캐리어를 끌어안고 냅다 뛰기 시작했다.
달리기 시작하자 문을 열고 뛰어드는 놈들의 소리가 들렸지만 곧바로 사각지대로 도망친다면 들키지 않을 것이다.
곧바로 골목을 돌아 쓰레기 더미를 걷어차거나 뛰어넘으면서 아키하바라 뒷골목으로 쏜살같이 달아나며 재난대처능력이 이런 것일까라고 냉정히 생각해보지만, 다시 도주해야하는 상황에 속으로 혀를 찼다.
대로 쪽은 아마도 사람이 깔려 있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계속 골목으로 도망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다만, 너무 깊숙하게 들어가면 이번에는 사람이 적어 도움을 요청할 수 없게 되다.
크리스는 대로로부터 한두 블럭정도 떨어진 길을 전력으로 질주하며 힐끗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따라붙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방금 전 빌딩도 그렇고, 크리스의 시야 밖에서 발견 당하는 일이 잦았기에 크리스는 방심하지 않고 계속해서 경계를 하며 거리를 뛰어다녔다.
그러다 보인 것이 공원이였고, 저 곳으로 도망친다면, 나무나 풀의 그림자에 숨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아마 놈들도 똑같이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내려다보기 쉬운 높은 곳을 택할 것이기에 크리스는 순간적인 판단에 공원이 잘 보이는 건물 중 한 곳에 뛰어들었다.
그리 높은 건물은 아니었지만 숨기에는 적당한 공간이 있었고, 근처에 창문까지 있어 공원이 내려다 보이는 형태였다.
추격자는 기껏해야 한두 명일 것이고, 만일 누가 뛰어들더라도 밀치고 도망친다면 탈출로는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
크리스는 망설이지 않고 그 곳에 뛰어들어 놈들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다시 숨을 죽였다.
층이 꽤 높다보니 바로 찾아내지는 못했고, 곧 주위를 뛰어다니는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천천히 호흡을 고르고 다시 휴대전화를 꺼냈다.
숨결은 꽤 거칠었고, 잘못하면 피가 나올정도로 목이 비쩍 말라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작은 목소리로 호텔에 전화를 걸어 체크인이 늦어질 것 같다는 뜻을 전한 뒤, 전화를 끊었다.
또, 휴대폰 벨소리 때문에 들킨다면 본전도 찾지 못하기 때문에, 휴대폰의 전원을 끄고 베터리를 분리해버렸다.
해가 완전히 져 놈들이 포기할 때까지는 이대로 숨어 있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크리스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잠깐동안 빌딩에 웅크리고 있었다--.
- - - - -
어둑어둑 해가 저물기 시작하자 크리스는 천천히 창밖을 들여다보며 공원의 모습을 살폈다.
공원에서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뒤이어 주변 도로도 살폈지만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두운 곳을 샅샅이 보았지만, 어디에도 인형은 느껴지지 않았다.
일단 몸을 숨긴 뒤 다시 한 번 천천히 얼굴을 내밀며 주위 건물에 시야를 돌렸다.
천천히, 확실하게 확인해 보지만, 그 놈들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정도라면, 괜찮을까.
세차게 뛰는 심장을 깊게 심호흡을 하며 진정시켰다.
모퉁이에 앉은 채 다시 휴대폰에 배터리를 넣고 전원을 켠다.
시간 확인하니 벌써 19시 반이었다.
호텔에 도착하면 혼나려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여기서 오차노미즈까지 이동하는 것이 난관인 것을 생각하자, 오늘은 이쯤에서 숙소를 잡는 편이 무난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할까?
생각을 깊게 하다 보니 그것에 집중해 버려 감각이 무뎌져 버렸다.
크리스는 슬슬 나가려고, 다시 한번 창문 밖을 슥 둘러보고는 끄덕거리며 일어나며 나가려고 했다.
"꺄아아아악............!"
후두부를 힘껏 가격당하고 벽에 얼굴을 부딪치고 번쩍거리며 눈앞에 빛이 보였다.
순간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잠시 후 상황을 이해하자 크리스의 온몬에 절망감이 가득 찼다.
"아쉽네~ 찾는데 오래 걸렸지만 이제 숨바꼭질은 끝이야."
짓궂게 히죽거리며 노려보는 나쁜 녀석중 한 놈이 크리스의 머리를 바닥에 밀어붙였다.
"아……파……아, 악……"
그 놈은 흥 하고 콧방귀를 뀌더니, 지면에서 발을 떼 신발로 얼굴을 짓이겼다.
아무래도 밟히면서 귀가 찢어진 것 같았다.
뺨을 타고 피가 흐르는 것을 알아채고 이를 바드득 갈았지만, 이번에는 머리채를 움켜잡혔다.
"꺄아아아악……!!"
둔탁한 통증이 머리를 감싸고, 소리없는 아우성을 질러 댔다.
남자는 크리스를 질질 끌고 다니면서 반대 손으로는 캐리어를 움켜쥐었다.
그대로 계단을 내려와 크리스의 몸은 몇번이고 계단에 부딪혀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고 사방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이런 거 싫어.무서워. 누군가, 도와줘, 부탁이야, 제발……
마음속에서 외쳐댄 도움의 소리는 헛되어 어디에도 닿지 않았다.
크리스는 어둑어둑해진 공원의 한복판에 짐이었던 캐리어와 함께 내동댕이쳐져 온몸이 둔통에 휩싸였다.
크리스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신음만 내뱉는게 전부였다.
그것을 비웃는 수 많은 남자들, 그 중 리더로 생각되는 한 사람이 다가오더니 망설이지도 않고 크리스의 정수리를 냅다 걷어찼다.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다만 통증이 전신을 지배하면서 아무것도 느낄 수 없게 되고 온몸에 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부탁이니까 이제 돈이고 뭐고 다 줄 테니까 제발 빨리 끝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통할 리가 없다.
몸에 짓누르던 무게감이 문득 없어져, 캐리어가 들어올려지더니 -- 다시, 거꾸로 내리쳤다.
이번에는 더욱 더 힘껏 말이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자신의 목소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비명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가방의 힌지가 파괴되어 덜렁거리며 내용물이 흘러나왔다.
직격한 다리와 팔에 심한 통증이 느껴지면서 흩어져 가는 자신의 짐들을 방관하듯 바라보았다.
더 이상 희망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 눈동자로 그것을 바라보자 예쁜 갈색 서류 봉투가 흘러내리는 것이 보였다.
"아, 아……"
어떻게든 기어서 짐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손은 또 다시 짓밟혔고, 소리 없는 비명이 목구멍을 난도질 하는 것만 같았다.
짓밟힌 손은 다행히도 부서지지 않은 듯했지만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자국이 난 데다 자갈투성이인 바닥에 힘껏 눌려진 탓에 여기저기 상처가 나서 출혈이 생겼다.
그런데도 필사적으로 서류 봉투를 움켜쥐고, 그것을 소중하게 끌어안는 그 모습이 상당히 우스꽝스러웠나보다.
서류봉투를 어떻게든 지키려고 몸을 둥글게 만 크리스를, 그 놈들은 사정없이 짓밟고, 걷어차고, 어떤 때는 들어 올리며 사정없이 후려갈겨, 금방이라도 망가질 것 같은 장난감처럼 되어 간다.
얼마나 이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점점 아픔도 둔해지고 몸이 덜덜 떨리며 추위가 밀려왔다.
파괴된 캐리어의 내용물은 망가져 널부러졌거나 도난당했다.
주머니에서 빠져나온 지갑은 철저하게 유린당했고, 현금카드와 신용카드, 심지어 미국에 돌아간 후 제출하기로 했던 교통비 영수증까지 모두 빼앗기거나 버려졌다.
그래도 소중한 논문만큼은 목숨과 바꾸더라도 꼭 보여주고 싶었다.
뺏길 것 같았지만 어떻게든 완고하게 지켜냈다.
힘을 줄 때마다 통증이 심해지고 제대로 쥐지도 못하는 손가락에 어떻게든 힘을 주지만 그때마다 피를 뿜어냈다.
이윽고 만족한 것 같은 놈들이, 마지막에 한번 더, 캐리어를 크리스에게 내던지고, "전리품"에 만족해하면서 떠났다.
크리스는 그것을 죽은 물고기 같은 눈으로 멍하니 바라 보다가 결국 정신을 잃었다.
눈을 뜨니 해가 뜨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크리스는 서둘러 논문을 확인했지만, 그늘진 곳에 있었기 때문인지 젖지는 않았다.
안도하면서 아픈 몸을 이끌고 캐리어를 뒤집어 비를 막을 공간을 만든 뒤 거기에 논문을 소중하게 보관했다.
크리스 자신은 흠뻑 젖어버렸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탓에 비가 스며드는게 아팠고, 진흙에서 들어간것 같은 잡균때문인지 상처가 조금씩 곪아가는게 느껴졌다.
핸드폰을 열었더니 전화가 몇 건이나 들어와 있었다.
호텔과 마호, 그리고 어머니로부터였다.
모두 자동응답기가 들어와 있었다.
들어보니 호텔에서 안부 확인을 하는 전화 후에 마호와 어머니에게서는, 호텔에서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 몹시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선배.
엄마.
소리를 냈다고 생각했지만 목소리는 전혀 나오지 않았고, 눈물만 뚝뚝 흘러내렸다.
처음에는 더위에 정신이 팔려 적당히 거리를 어슬렁거리다 미아가 되었다.
선배에게 혼나가며 볼 일을 끝내려고 했으나,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 걷어차버리고 헛된 노력을 기울이기까지 했다.
녹초가 되어 식사를 하러 가자, 영문도 모른채 시비에 얽히게 되었고, 그 결과는 이런 공원 구석에서 진흙투성이가 되어버렸다.
미국보다 훨씬 치안이 좋을 일본에서 미국보다 더한 경험을 하자 절망의 나락으로 굴러떨어졌다.
"................................"
돌아가고 싶다.
정말이지 돌아가고 싶어.
목구멍에서 나오는 것은 그저 헐떡이는 소리 뿐이었다.
"천재로서의 재능은 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자리는 잃지 않을 것이다." 어제 낮에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 기억이 나자.
……아픈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때렸다.
잘난 척도 적당히 해.
한번 습격당하면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걱정만 끼치는, 상처와 진흙투성이의 조그마한 여자가 뭘 할 수 있겠어?
희망을 잃어버린 회색빛의 사고 회로로는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없었고 크리스는 웅크린 채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은 비가 내릴 것 같이 탁하기만 했다----.
그날을 어떻게 보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무덥긴 했지만 젖은 옷이 차가워서 추웠던 것 같다.
핸드폰의 배터리도 서서히 닳다가 끊겨버려 연락 수단도 없어졌고 시간을 확인할 방법도 없어졌다.
크리스는 그저 공원의 장식물이 되어버렸다.
다음날은 날씨가 맑고 화창했다.
젖은 옷이 서서히 말라간다.
크리스는 캐리어 아래에서 논문을 꺼내어 그것을 햇볕에 말렸다.
젖지는 않았을 텐데 습기를 머금고 있었을 지도 모르기에 말리려고 했다.
한낱 종이조각에 불과한 것을 가치가 있다고 맹목적으로 믿으며 소중히 여겼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필사적으로 지켰는지 잊어버렸다.
더웠다.
너무 더웠다.
배고프고, 갈증 때문에 괴로워졌다.
메스꺼웠지만 토해낼 것이 없었다.
그냥 정신을 잃었는데 그날은 지나가 버렸다.
다음날은 날씨가 흐렸다.
목이 말랐다.
무척이나 배가 고팠다.
그리고 더웠다.
낯선 사람이 몇 번인가 말을 걸어왔지만 도망쳤다.
그러고는 기절했다.
다음날은 맑았다.
목말라 죽을 것 같았다.
심한 공복도 동반 됬다.
또 다시 낯선 사람들이 몇 번인가 말을 걸어왔으나 도망쳤다.
그 뒤로 또 기절했다.
다음날은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심한 갈증이 느껴졌다.
공복은 느껴지지 않았다.
누가 말을 걸었는지도 잊어버렸다.
넘어졌다.
이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갈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깨어 있는건지, 자고 있는건지, 정신을 잃은건지 모르겠다.
문득 눈을 뜨자 며칠이 지난지 알 수 없었다.
살아있는건지, 죽은건지 모르겠다.
더운건지, 추운건지조차 모르겠다.
그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저, 멍하니, 하늘을 ----.
"어이 거기"
또 누군가 왔다.
누구지.
당신은 누구야.
누구라도 좋아.
나는, 나는 도대체 누구지
여기는 어디야
지금은 언제지
나는 누구--.
쇠약해져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뇌는, 제대로 된 사고조차 하지 못하고, 본능대로 행동할 뿐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놓여진 휴대폰과 편의점까지 달려가는 뒷모습, 눈앞에 앉은 뒤 정면으로 마주보는 자세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는 않고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지만, 그 하나 하나가, 크리스의 뇌기능을 재기동시켜 갔다.
그리고 받은 편의점의 음식들, 그것은 이른바 말하자면 절전 모드에 빠져 있었다고도 할 마키세 크리스라고 하는 한 사람을 기동시키기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분명 그것은 신체에 필요한 영양이나 성분 만이 아니고, 어떻게든 이 사람을 도와 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거기에 담겨 크리스의 마음에 스며들었다고 생각된다.
……단 한 명의 청년의
고작, 그 청년의 소꿉친구인 한 명의 여자아이의
애정을 받아 크리스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의 일도, 결국은 뇌가 만족스럽게 기능하지 않았던 탓에,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지는 못했다.
......그러니까---
"오카베, 씨는……"
오카베의 가슴속에서 흐느끼는 크리스.
어설프게 말하려는 걸 오카베는 살며시 머리를 쓰다듬어 지금은 우는 일에 전념하게 했다.
쭉 끌어안고 있던 그 날의 괴로운 기억을, 누군가는 꼭 알아줬으면 했는지 오카베에 그것을 계속헤서 부딪혀왔다.
그건 아마도, 아득히 먼 곳으로 흘러간 8월 13일의 기억, 아키하바라의 거리에서 크리스를 도와 준 저녁 무렵의 그날의 오카베와 크리스의 관계 같을 것이다.
크리스는 이런 마음으로 듣고 있었던 것일까, 오카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단지 크리스를 끌어안고 보듬어 줄 뿐이었다.
마음 속에 쌓여있던 온갖 불안과 절망의 감정을 털어놓으므로써 하염없이 넘쳐흘러나왔다.
크리스의 어머니와 마호에게는, 회의가 길어져 배터리가 다 되었다고 거짓말로 메일을 보냈고, 호텔은 묵을 수 없게 되었다는 내용도 같이 메일로 보낸것 같다.
특히 호텔 건에 대해서는 마호에게도 전했다고 하는데, 의문스럽게 생각하면서도 마호는 깊은 사정을 묻지 않았다고 한다.
전에 크리스를 뒤쫓아 아키하바라에 와서 임시 라보멘 넘버 009가 된 적이 있는 히야죠 마호를 생각해 낸다.
묘하게 작아서, 크리스가 선배고 마호가 후배라는 쪽이 납득해 버릴 정도의 키차이다.
그렇지만 마호 역시 상황에 대해 확고한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당연하다.
마호는 크리스보다, 아니 오카베나 하시다보다 연상이니까 말이다.
그런 그녀에게 거짓말을 한 채, 크리스는 지금같은 상황을 이어오고 있었다.
단지 물론 그것은 크리스의 본심이 아닌것은 확실하고, 가능하다면 진실을 말하고 싶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제대로 목소리도 낼 수 없었기 때문에 통화조차도 어려웠겠지만, 지금은 오카베와 둘이서 있다면 평범하게 대화도 할 수 있었다.
아마 전화로 대화하기에도, 적당한 때가 되어 있을 것이다.
오카베는 더욱 더 크리스를 계속 어루만지면서, 크리스로부터 들은 것을 토대로 한 뒤 향후의 일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에, 문득 위화감을 느껴 내려다 보면, 크리스는 부스럭거리며 자세를 고치고 있었다.
오카베가 상냥하게, 어떻게 된거냐고 말을 걸자, 아까 못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하기 위해, 아직 작은 목소리지만, 그래도 입을 열었다.
"오카베, 씨, 새...."
언젠가처럼, 힘껏 백의를 꽉 움켜쥐고, 또다시 주르륵 눈물을 흘리면서.
"......생명의 은인입니다."
크리스는 말하자마자 다시 얼굴을 파묻어버리더니 계속해서 울었다.
오카베는 계속해서 쓰다듬으면서, 생각해 낸 것을 말한다.
그것은 진지하게 크리스를생각하기 때문에 나온 조금의 장난기였다.
"그런 건 내 캐릭터가 아니야. 낮에도 말했지, 나는 광기의 매드사이언티스트라고."
"...이, 이제... 그건 호오인 씨죠?"
"그럴지도 몰라. 어쨌든 나는 생명의 은인 따위는 될 생각이 없어. 네가 정 그러길 원한다면 내 요구를 들여달라고 할거다."
울면서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올려다보던 그 얼굴에 묘한 애착을 느끼며, 머리 쓰다듬는 것을 일단 멈추고 소파 등받이에 팔을 얹고는 천장을 바라보며 조금 긴 숨을 내쉬었다.
말할까 말까 쭉 망설이고 있던 말이었지만, 그래도 만약 크리스가 받아 준다면
그 편이 오카베에게도 수월하고 도움이 될 것이다.
받아주지 않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나쁘진 않겠지만 말이다.
오카베는 말하고 있는 내용과는 반대로, 상냥한 표정, 상냥한 목소리로, 크리스를 향해 "요구"했다.
"나를 그 은인이라고 할 생각이라면, 이후 나에 대해서는 경어를 사용하지 말고, 반말로 이야기하도록."
"…이상한, 이야기. 은혜를 느끼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나는 그게 더 편하기 때문이다. 거부한다면 나는 너를 구했다거나 그런 게 아닌, 그냥 매드사이언티스트와 조수다."
"음…. 좋아요, 전 멋대로 당신을 은인이라고 생각하고 경의를 표하며 말할꺼에요."
순 고집쟁이 같으니라고.
어쨌든 매드사이언티스트와 조수의 관계는 무너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스스로의 발언에 태클을 걸었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크리스가 그렇게 말한다면, 오카베로서는 그래도 좋았다.
가능하다면 이전의 세계선처럼 말싸움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그것으로 즐겁지만, 마키세 크리스라고 하는 인간은, 다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다.
크리스가 크리스로서 여기에 있어준다면, 그 이상의 일은 바라지 않는다.
그렇게 정했다.
뭐, 그것을 순순히 인정해 버리면 좀 수습이 편하다는 것이다.
광기의 매드사이언티스트 호오인 쿄우마를 깨운 이상 이 정도에서는 물러나지 않는다.
"고집을 부려도 좋다. 그렇다면 전쟁이야. 나는 너를 계속 조수라고 부를거다."
"음, 저, 저도 오카베 씨가 굽힐 때까지 당신을 계속 그리워할 테니까요."
"...너, 그건……"
"에...앗!!"
무심코 얼굴을 돌려버리는 오카베, 정말이지 창피한 말들을 서슴없이 던져버린 것이다.
물론, 그런 의미를 포함하지 않다는 것쯤은 오카베도 알고 있었지만, 크리스도 깨닫자마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더니, 조금 전까지의 울던 얼굴은 어디로 갔는지,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여 버린다.
게다가 지금은 오카베 위에 크리스가 타고 있는 상태였고, 한번 의식하기 시작하자 둘 다 시선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크리스는 서둘러 오카베 위에서 내려왔다.
……말투나 태도가 다소 바뀌어도, 크리스의 뿌리는 변함없이 그대로였다.
게다가 안심한 오카베가, 큭 하고 웃어버리자, 크리스도 따라서 작게 키득키득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그럼 다시. 잘부탁해, 크리스"
"오카베 씨 저야말로 신세 많이 졌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음, 조수여 활발히 일할 수 있도록."
"조수라고 하지 마세요"
오카베와 크리스, 두 사람은 조용하지만 간신히, 진심으로 웃으면서. 깊어가는 밤을, 함께 보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