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운 물건(拾った品) [ Day 3 ]
STEINS;GATE 2ch二次創作まとめwiki ミラー
echelon.wiki.fc2.com
원작 링크입니다. 본 글은 원작자에게 번역을 허가 받지 않은 글입니다.
(원작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혹여 아시는 분은 댓글 부탁드립니다.)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번역 / rennes
도움 / kuristi
새하얀 세계.
따뜻하며 기분 좋은 산들바람이 부는 것 같고 편안한 기분이 드는 그런 행복한 공간.
새 울음소리가 저 멀리서 들린다.
뚝 떨어지는 깨끗한 소리. 편안한 마음으로 귀를 기울여 보고 싶어 의식을 집중해 보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위화감을 느낀다. 하얗던 풍경은 점점 눈부시게 되면서도 흐리게 보였다---
"......음"
눈부신 것을 참으며 눈꺼풀을 열자 창문으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
무심코 팔을 들어 눈을 가리면 희미한 시야의 끝에 적갈색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 쪽에 초점을 맞추자 주방에서 주전자를 스토브에 올리고 있던 크리스와 눈이 마주쳤다.
생각보다 초점이 맞지 않는 눈을 비비며 가볍게 손을 들어 아침 인사를 대신 보내 주자, 크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작게 웃는 것을 간파할 수 있었다.
양팔을 쭉 펴고 크게 하품을 하니 시야도 탁 트인 상태였고 뇌도 활동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 안녕, 크리스"
* 습득물 - day 3 - *
"...... 안녕, 히 주무....셨어요..."
옅은 미소를 보이는 크리스, 그 심부름을 하려고 일어난 오카베였지만, 크리스 옆에는 작은 컵 두 개와 분말 스프가 줄 지어있다.
물도 지금 끓고 있었고 또 테이블에는 첫날에 오카베가 사온 단팥빵의 반쪽이 놓여 있었다.
먹다 만 것은 첫날 저녁에 다 먹어버렸지만, 나머지는 아직 손대지 않았던 것 같다.
테이블의 위치가 크게 어긋나 있는 것은 분명히 소파와 테이블 사이에서 자고 있던 오카베를 신경 써서인 것 같았다.
거리에서 눈부셨던 것이다. 평소 같으면 햇빛은 테이블에 가려져 오카베 눈까지는 닿지 않았다.
오카베는 그 사이에 갈아입을 옷을 손에 쥐고, 욕실의 탈의실로 들어간다.
잠옷을 벗고 문득 눈을 돌리자 그 곳엔 마유리의 사복이 몇 장, 페이리스의 사복이 한 장 놓여있었다.
희미하게 감도는 크리스의 향기. 정확히는 다른 세계선에서 크리스가 호텔에서 사용하던 것과
똑같은 것을 레버토리에 새롭게 놔두었던 샴푸의 향기.
레버멘은 아직 세 사람 뿐이었지만, 이런 곳에서 이상한 연결고리를 발견하고 오카베는 조금 설레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여자의 세탁물을 너무 빤히 바라보는 것은 좋은 취미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다행히 속옷 종류는 크리스가 스스로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오카베도 대충 갈아입고 드물게 빨래를 깨끗하게 접혀 놓았다.
마유리와 페이리스의 옷이 그렇게 쌓여 있어서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해버렸다.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탈의실에서 나오는데 마침 주전자가 울기 시작한다.
물이 끓어올라 아침 식사가 가능 할 것 같았다.
이렇게 되면 부족한 것은 방금까지 냉장해두었던 소중한 "지적 음료" 정도다.
오카베는 미개봉의 닥터페퍼를 두 개 꺼내 테이블에 올려두고 멀리서 크리스를 지켜보았다.
적어도 오카베와 둘만 있을 때 크리스의 움직임에 부자연스러운 곳은 느껴지지 않았다.
평범하게 일상생활을 해내는 그 모습은 불안을 떨쳐내게 해준다.
무난하게 뜨거운 물을 따르고 플라스틱 티스푼으로 휘젓는 크리스, 그것은 메이퀸에서 커피를 섞어주는 서비스를 연상시킨다.
분말 스프가 녹은 것을 확인한 것 같은 크리스는 두 컵을 테이블로 옮기고, 아침 식사의 준비가 되었을 때, 두 사람은 나란히 소파에 앉았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둘이서 수프를 홀짝거리며 작은 단팥빵을 조금씩 집어 간다.
TV를 켜니 평소와 같이 아침 뉴스가 흘러나왔고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레버토리를 밝게 비추어 주었다.
에어컨이 있었다면 괜찮았겠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느긋하게, 차분하게 흐르는 시간, 오카베도 한동안 타임 리프는 잊고, 이 세계를 천천히 살아가려고 생각하면서 크리스를 힐끗 바라보았다.
수프가 뜨거운지 후후 불며, 티스푼을 빨고 있으니 그 모습은 마치 작은 동물 같았다.
때때로 1층에 놀러 오던 작은 여자아이를 떠올리며 지금의 크리스는 생각보다 작은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있자 크리스도 오카베의 시선을 눈치 챘는지, 컵을 든 채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것도 아니라며 오카베가 손을 흔들자 크리스는 자그마한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스프에 집중했다.
한가로이 스포츠 뉴스를 흘려보내는 TV.
이런 아침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끝난 뒤에는 이렇게 느긋하게 있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하던 오카베를 크리스는 어떤 눈으로 보고 있었을까.
이윽고 두 사람은 식사를 모두 마치고 닥터페퍼를 홀짝홀짝 마시며 멍하니 시간을 보낸다.
무엇을 하는 것도 아니고 TV를 보는 것뿐 이였지만, 조금 뒤 크리스가 안절부절 못하기 시작한다.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 오카베였지만 생각하면서 눈을 돌리자, 크리스는 힐끔힐끔 책이 쌓여있는 곳에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다른 것을 읽고 싶은 것 같았다.
그렇다면 자유롭게 읽으면 좋을 텐데, TV를 보고 있었기 때문인지, 무엇인가에 신경을 쓰고 움직이는 것을 주저하고 있었다.
그렇구나 하고 내심 납득한 오카베는 일단 테이블 치우기 위해 허리를 올렸다.
그러자 크리스도 거기에 이어 자신의 컵을 손에 들고 일어섰다.
오카베가 움직이려고 하자 크리스의 손이 당황한 것처럼 오카베 쪽으로 왔다.
뭔가 생각하고 있자, 크리스의 손은 정확히 오카베가 가지고 있던 컵에 뻗어 있었다.
"저기.... 씨,,,씻어....놓을께요"
"...그래? 미안하군"
크리스에게 컵을 건네주자 약간은 기쁜 표정으로 크리스는 싱크대로 걸어갔다.
적극성도 조금씩 돌아오는 것 같았지만 아직 오카베와 둘만 있을 때 뿐이였다. 그래도 회복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크리스가 설거지를 해 주는 것을 바라보면서, 오카베는 오카베의 일을 진행했다.
빵 쓰레기를 버리고 테이블 위를 물티슈로 쓱 닦는다.
닥터페퍼는 아직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그대로 두고, 싱크대에 서있는 크리스에게 TV를 계속 볼 건지 묻자, 다시한번 크리스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기 때문에, TV도 꺼버렸다.
크리스 쪽도 두 개의 컵과 티스푼이여서 설거지도 빨리 끝난 것 같고, 정리를 마치고 정성스럽게 손을 닦으며 콧노래도 부를 것 같은 분위기로 책을 집어든다.
그 두꺼운 양서를 들고 소파에 앉으니 뭔가 위화감을 느낀 것 같아, 잠깐 크리스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렇지만 곧바로 깨달은 듯, 크리스는 바로 옆, 즉 지금은 아무도 앉아 있지 않은 소파의 빈 자리를 본 뒤, 오카베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크리스는 오카베와 함께 있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공교롭게도 오늘은 약속이 있었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본가에 한 번 돌아갔다 온다. 아르바이트의 약속을 꼭 잡아야하기 때문에"
"아 ......"
"문단속은 해놓을 테니, 너는 여기에 남아 있거라, 책도 읽고 싶겠지?"
혼자 집보기가 무서운 것인지, 조금 불안해하는 크리스.
오카베는 쓴웃음을 지으며 크리스에게 다가가, 평소처럼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다,
그런데도 역시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처다보았지만 오카베를 말리지는 않았다.
"그럼... 빨...... 빨리 돌아와 주세요...."
혼자서는 무섭다고 조용히 말하는 크리스에게 오카베는 미소를 지어주었다.
크리스도 의지하려고 할 뿐만 아니라, 또 혼자 있을 수 있도록 이번 건은 트라우마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는 반드시 오카베가 돌아와 줄 이곳이라면 제대로 문을 잠그기만 하면 혼자서도 견딜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분명 하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마유리에게도 나름대로 마음을 열고 있다.
어제는 일찍 올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분명 늦기 전에 마유리도 올 것이다.
그것들을 고려한 것이라 설명하자, 크리스도 납득하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카베는 그것을 좋다고 생각하며 마지막에는 툭툭, 하고 머리에 손을 얹고, 일어섰다.
"그럼, 집보기는 부탁했지"
"네, 네……다녀....오세요."
크리스는 손에 든 책을 테이블에 내려놓은 뒤, 오카베를 배웅했다.
가능하다면 따라오고 싶은 마음은 있겠지만, 역시 혼자 있는 것에 대한 불안이 강한 듯, 나가려고 하자 오카베의 백의의 소매를 꼭 잡는다.
그렇지만 오카베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천천히 손의 힘을 풀었고, 마지막엔 손을 떼고, 크리스 나름대로 힘껏 노력했지만 미소까지 무리였고, 불안한 얼굴은 철회했다.
오카베의 "다녀오겠습니다"에, 크리스는 손을 흔들어 준다.
현관문이 닫힐 때까지 서로를 바라보고, 그 시야는 현관문에 막혀버려 오카베는 천천히 열쇠 구멍을 돌려 문을 잠궜다.
보기에 따라서는 크리스를 가두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 라고 생각하면서, 레버멘 이외의 다른 사람이 갑자기 이곳을 방문한다고도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고작 덴노지 유고 정도지만 그에게도 사정은 설명해 놨다.
마유리도 곧 올테니까, 만약이라도 미스터 브라운이 올라와 오해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크리스를 혼자 두는 것, 그것에 대한 불안은 크리스 만큼은 아니지만 오카베도 매우 크다.
그렇지만 언제 까지나 규수로 둘 수는 없을 것이다.
언젠가 함께 부품의 쇼핑이나, 혹은 이 세계선이 잘 되면, 이대로 생활해 나갈지도 모른다.
그렇게되면 아무래도 트라우마와 싸워야 할 때가 온다. 뒤로 미루는 것보다는 가능한 빨리 우려사항을 빨리 정리하는 것이 좋다.
SERN으로부터의 감시, 그것을 강하게 후회하게 된 오카베는 크리스를 원래대로 되돌려 함께 선수를 칠 수 있도록 오카베 또한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뭐, 당분간은 깊게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일단은 친정에 가서 아르바이트의 이야기를 해 보자.
일이 끝나면 돌아간다는 취지로 메일을 보내놨기 때문에, 그 때 크리스의 이야기도 함께 전해보기로 했다.
물론 대략적인 개요를 전하고 있지만, 지금 상태의 크리스를 본가에 데리고 가봐야 여러가지 오해가 생길 것 같아 두렵다.
그것을 타개할 자신감도 없진 않지만, 무엇보다 크리스를 위축시켜 버릴 것 같은 생각도 든다.
크리스를 데리고 오지 않았던 것은 그런 임기응변이기도 했다.
기지게를 피며 크게 하품을 하고. 오카베는 이케부쿠로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 - - - -
크리스는 오카베를 배웅하고 나서, 일단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책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소파에 앉지 않았다. 두리번거리며 래버토리 내부를 둘러보며 부엌 안쪽과 요전날 하시다가 왔을 때 웅크렸던 모퉁이에 주저앉았다.
배를 바닥에 깔고 엎드려서 책을 바닥에 펼쳐놓고 읽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곧바로 위화감을 느끼고 읽는 것을 그만두어 버린다.
이 방에 온 이후로 홀로 움직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오늘 아침이나 어제 아침에 같이, 크리스 혼자만 레버토리에서 움직인 적은 있었지만 자신 이외에 모든 것이 조용했던 적은 처음이다. 완벽하게 혼자였다.
그렇게 되니 더욱 불안하고 초조해져 버린다.
한때 좋아했던 캐리어가 너덜너덜 해진 채 방구성에 놓여있는 것을 문득 깨닫는다.
내부도 깨끗하게 청소해놨기 때문에, 지금은 안을 열어도 진흙 같은 것은 붙어 있지 않았지만, 여전히 망가져버린 것은 변함이 없었다.
오카베처럼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사람은 몇 명이나 있었고, 그때마다 그 캐리어 속으로 도망쳤다.
오카베처럼 편의점에서 뭔가를 사다주는 사람도 적지 않았지만 결국 받지 못했던 것이 생각났다.
오카베를 조금이라도 믿게 된 것이 도둑맞을지도 모르는데 휴대전화를 그 자리에 두고 크리스를 안심 시키려고 했던 것이 하나.
그 자리에 주저앉으면서까지 크리스와 정면으로 마주봐 준 것이 하나.
게다가 무엇보다 전화 저편에서 크리스를 진심으로 걱정해주었던 소녀가 믿어달라고, 몇 번이나 말해 준 것이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른다.
현재 누구보다도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던 것은 오카베인 것이다.
크리스 마음속에서 그 소녀 역시 버팀목 이였으며, 분명 그 전화가 아니였다면 오카베 호의도 받아드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클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끝은 없다. 대인 공포증, 인간 불신 그런 상황 가운데에 크리스가 있었지만, 그래도 오늘을 살 수 있다면 아직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내일에 희망을 찾을 수 있는 동안은 아직 나름대로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크리스는 오카베에게 조금씩 힘을 얻으며 말도 떠듬떠듬 다시 하게 되었다.
마음속으로 믿어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을 하자, 휴대전화가 진동하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확인하자 거의 동시에 온 두 통의 메일을 받았다.
한 통은 어머니로부터였다.
휴대전화 충전이 가능하게 된 시점부터 어머니와 메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주 연락을 하고 있었다.
사정이 있어 일본 체류를 연기해야 한다는 뜻을 전하기는 했지만 가뜩이나 걱정시켜 버렸으니 더 이상은 걱정 시키고 싶진 않았다.
습격 당한 것은 전하지 않았고 ATF 세미나에 참석하지 못한 것도 일본에 와서 시차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않아졌다고 변명을 했다.
어머니는 계속 전화를 하고 싶다고 하지만, 전화 같은 걸 해버린다면 목소리가 쉬어 나오지 않는 것을 바로 들켜버리고 만다.
어머니가 알게 되는 것은 별로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분명 지금까지 신세를 져 온 오카베도 분명 피해를 입힐 것 같아 가능한 피하고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지금까지 미국과 자주 연락을 해 온 이상, 크리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은 걱정인 것일 것이다
사실 소리를 낼 수 없는 피해를 당했으니 어머니의 걱정도 그럴 수 있다.
적당히 변명을 생각하면서 또 한 통의 메일을 열자 그것은 마유리로부터 온 것 이였다.
지금 갈테니까 기다려 줘, 라는 말과 귀여운 이모티콘이 딸려와 있었다,
크리스는 어깨의 힘이 빠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홀로 있는 이 위화감을 해소해 준다면 무엇보다도 고마운 것으로, 마유리라면 반드시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휴우 하고 한숨을 돌리며 감사의 답장을 먼저 마유리에게 보내고 어머니에게 보낼 메일을 천천히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러고 보니 요 며칠 @체널도 보지 못했다고 생각하면서, 지금은 호오인 쿄우마인지 뭔지를 상대를 하고 있을 마음의 여유도 없었기 때문에 조금 더 @체널은 보지 않기로 했다.
―오카베 씨, 빨리 돌아와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약간 과장해서 친구가 생겼다고 어머니에게 보고 메일을 보낸다.
미국의 연구소 동료들과는 함께 식사를 하거나 하지만 서로 속을 떠보기만 하고 친구라고 부를만한 동료는 그리 많지 않았다.
크리스는 지금도 여전히 오카베의 마음속을 읽으려고 하고 왜 잘 대해주는 것인지 사실은 무엇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러 가지로 의심해보고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소중히 여겨지는 것 같기 때문에 어머니에게 그렇게 보고해도 잔소리는 많이 듣지 않을 것 같았다.
혹시 플래그를 세우고 있는 걸지도 라는 약간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크리스는 평소보다 약간 더 긴 메일을 보냈다.
메일을 보낸 후, 마유리의 연락에 침착함을 되찾은 크리스는 다시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조금 지나자 턱을 괴면서 편안한 모습으로 독서의 세계로 빠져 들어갔고, 레버토리 내에는 책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가 가득 찬다.
가끔, 생각하듯 고개를 들고 하늘에 손으로 뭔가를 메모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납득한 표정을 짓는다.
전날 하시다가 방에 있던 때도 그랬지만 한 번 빠져버려 주위를 보지 못하는 것은, 지금의 이 상황에서는 크리스에게 구원이었다.
그러던 사이 다시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려 크리스는 움찔하며 어깨를 떨었다. 집중하던 중 갑자기 메일이 왔기 때문에 조금 놀란 것 같다.
메일을 확인하자 보낸 사람은 마유리였고, 이미 아키하바라 역에서 내려 레버토리로 향하고 있는 중이니까 곧 도착한다는 연락이었다.
크리스는 안도한 것처럼 한숨을 내쉬고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려 잠시 읽으려고 했지만 곧바로 경쾌한 발소리가 다가오는 것을 눈치 채고, 자세를 고쳐 잡았다.
분명히 마유리일 것이다, 마유리이길, 그렇게 생각하면서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결국 발소리는 현관 앞에서 멈췄고...... 열쇠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자 크리스는 점점 더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문이 열리며 독특한 인사가 들렸다.
"뚯뚜루~♪ 크리스짱 있어?"
편의점의 비닐봉투를 흔들면서 들어오는 그 소리에 안도하며 크리스는 어깨를 떨어뜨린다.
마유리의 질문에 목소리로 대답을 하려고 했던 크리스였지만 아직 마유리 상대로는 좀처럼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오카베가 상대라면 서툴더라도 대답은 할 수 있었을 것이지만, 마유리를 상대로는 단지 허무하게 공기가 목구멍을 통과할 뿐 이였다.
마유리가 느닷없이 레버토리의 실내에 얼굴을 내밀고 처음은 크리스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지만 둘러보던 중에 크리스를 발견하고 기쁜듯 한 목소리를 낸다.
아주 짧은 거리를 달려오는 마유리, 크리스는 대답하지 못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면서, 안심 한 듯한 미소가 나오자 그것을 마유리에게 향했다.
에헤헤, 하고 웃으면서 손을 잡는 마유리는 역시 크리스에게 있어서 천사인 것 같고, 이런 아이에게 신뢰받는 오카베 역시 나쁜 사람은 아닌 것이라고 재차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마유리는 편의점 봉투에서 사 온 디저트를 하나를 크리스에게 보여준 뒤 냉장고에 넣으며 만약 괜찮으면 먹어주었으면 한다는 취지로 미소로 전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것을 승낙한 크리스는 냉장고에 걸어가는 마유리를 배웅하면서 안심하고 다시 독서에 빠져 들어갔다.
오늘도 많은 짐을 가져온 마유리는 분명 코스 의상 제작을 할 것이다.
코스 의상 제작이 궁금했지만 마냥 물건을 만드는 것일 뿐이라, 그 과정은 나름대로 소박할 것이다.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난 뒤 보여 주는 것이 더욱 즐거울 것이라 생각하고, 지금은 자신의 독서에 집중하기로 한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적당히 읽고 난 뒤, 이 부분에서 쉬면서 닥터페퍼라도 마실까라고 생각하던 참.
무언가 위화감을 느껴 소리 나는 것에 집중해보니 계단을 아무렇지 않게 오르는 듯한, 중량감있는 발걸음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을 깨달았다.
- 캐리어를 끌며 거리를 걷고 있을 때.
- 갑자기 많은 발소리가 주변을 애워쌌고.
- 깜짝 놀라고 무서워서 다리가 움츠러들고 굳어 버렸고.
- 뒤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묵직한 발소리에 몸은 완전히 굳어 버렸다----
"으읏!?!?!?"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고 머리를 뭔가에 얻어 맞은 것 같은, 강렬한 충격과 나쁜 기분이 크리스에게 엄습해 온다.
자세가 무너지고 버둥거리며 소음을 냈다.
놀란 듯한 마유리가 느닷없이 괴성을 지르지만, 크리스의 귀에는 닿지 않았다.
다만 입을 뻐끔뻐끔 벌리며 얼굴이 새파랗게 되었다.
크리스의 시야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귀로 들리는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다가와 공포를 부추겼고 크리스는 벽을 향해 한없이 뒷걸음질을 반복했다.
이미 허리는 벽에 붙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뒤로 물러나며 변하지 않는 풍경과 도망 칠 수 없는 현실이 공포가 되어 몸을 휘감아 치를 떨었다.
"크, 크리스짱? 무, 무슨일이야? "
당황한 마유리가 달려오자, 퍼뜩 크리스의 시야가 돌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귀에 들려오는 소름끼치는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고, 마유리에게 지금 당장 살려달라고 미친 듯한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눈빛으로만 도움을 요청해도 마유리는 당황한 듯 허둥거리고 있었다.
마유리가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고, 나를 도와달라는 말을 마음 속으로만 외치며 점점 가까워지는 이 소리와 함께 절망감은 점점 커져갔고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현실에 크리스의 이성은 서서히 사라져갔다--
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현관 문이 열려버렸다.
크리스의 몸은 크게 경직되어 있었고, 자세는 언제라도 도망갈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 방문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 오카베는 있나? "
--커다란 거구. 마치 벽이라 생각될 정도였고, 하시다와는 달리 단련 된 몸, 발소리에 떨고 있던 크리스는 죽음까지 각오하게 되는 절망감을 맛보았다--
- - - - -
새파랗게 질려버리고, 눈의 색이 바뀌며 정신을 잃은 것 같다. 크리스는 모든 것을 걷어차고, 마유리마저도 밀쳐내며 욕실로 쏜살같이 뛰어 들어간 뒤 샤워실 문을 엄청난 소리를 내며 닫아버린다.
그 너머로, 아주 작은 비명이 쉰 목소리가 몇 번이고 울렸다.
"…내가, 무슨 일이라도 저지른건가?"
"글쎄요, 저기……"
잘못한 것을 생각하는지 얼굴을 찡그리는, 텐노지 유고씨 통칭 미스터 브라운. 넘어져 바닥에 주저 앉았던 마유리도 텐노지씨의 목소리에 겨우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고는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마유리는 오카베가 없다는 것을 먼저 전하고, 오카베가 이야기했던 크리스라고 다시 한 번 소개했다
이 아키하바라의 거리에서 심한 폭행을 당해 버린 것이 상처가 되었다는 것.
방에 널려있는 너덜너덜 한 캐리어를 가리키며 원래 크리스의 소지품이었던 것.
그 내용물은 대부분이 빼앗겨 버리고, 아주 조금 남아 있던 옷과 소모품중 수선 가능한 것은 마유리가 맡고 있지만, 절반 정도는 폐기할 정도가 되어 버린 것.
그 탓에 극단적으로 사람을 무서워해 하시다는 물론 페이리스조차 무서워 도망쳐 버리는 상황이라는 것.
도와준 장본인인 오카베와 그것을 도와준 마유리에게만 마음을 열고 있다는 것.
오카베는 어제도 그저께도 크리스와 함께 레버토리에서 밤도 여기에 묵었다는 것을 대략적으로 이야기하자, 텐노지씨는 어색한 듯 머리를 긁적거린다.
텐노지씨는 어떻게 된 일인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 같고, 마유리가 갸륵했는지 머리를 숙이자 마유리도 이런 반응에 난처했는지 허둥거리고 말았다.
상태를 보러 온 것과 집세의 이야기를 하러 온 것 같은 텐노지씨는, 오카베에 전할 예정이었던 내용을 마유리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하며, 크리스에 일에 협력할 것이 있다면 스스럼없이 말해달라고 말한 뒤, 빠르게 돌아갔다.
일단, 오카베는 텐노지에게 대인기피증이 있는 여자를 보호하고 있다고 말하긴 했지만, 언행이 늘 저래서, 또 평소처럼 과장된 표현을 하는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것 같다.
양치기 소년의 교훈을 몸소 체험하게 된 오카베와 텐노지의 그 관계도 앞으로 개선될 것인가.
마유리는 텐노지에게 고개를 숙이며 배웅한 후, 샤워실로 도망친 크리스에게로 향했다.
샤워실의 문을 노크하면서 불투명한 유리 너머로 보이는 실루엣, 웅크린 것 같은 크리스에게 부드럽게 말을 건낸다.
"크리스짱, 점장님은, 이제 돌아갔으니까 괜찮아"
불투명한 유리 너머에서 움찔거리는 반응이 있고, 스멀스멀 크리스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이쪽을 돌아보는 것일까, 마유리는 문 너머의 크리스를 위로해주고 싶어서 더욱 더 문을 어루만진다.
불투명한 유리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크리스가 온몸을 떨며 불안에 떨고있는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마유리는 크리스를 쓰다듬어주고 싶어서, 안아주고 싶고, 괜찮다며 함께 있다고 그렇게 전해주고 싶어서, 크리스가 진정할 수 있도록 말을 건낸다.
"마유시는 여기에 있으니까요. 저기, 크리스짱, 문 좀 열어도 괜찮을까?"
마유리의 작은 호소는 크리스에게 전해졌고 신뢰하는 마유리의 말에 크리스가 살짝 문에 손을 대는 것이 보였다.
약간의 망설임이 느껴졌었지만, 문은 조용하고 천천히 열렸다.
삐걱거리며 문이 열리는 동시에 BGM처럼 들려오는, 코를 훌쩍이는 소리. 아주 조금씩 문이 열리는 문 너머로 크리스는 바깥 상황을 살피듯 조심히 얼굴을 내밀었다.
눈이 마주치자 마유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크리스의 얼굴은 엉망진창 젖어있었고, 혼자 울고 있던 것 같다.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마치 온 몸이 얼어붙은 듯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크리스의 모습을 본 마유리는 참을 수 없게 되어 옷이 젖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크리스를 살짝 끌어안고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함께 있어주지 못해 미안해. 마유시는 크리스짱의 편이니까"
크리스는 꼬옥하고 마유리에게 매달린다.
아직 눈물이 멈출 생각이 없어보였고, 마유리의 가슴에 그대로 얼굴을 묻자, 그대로 울음을 터트려버린다.
마유리는 천천히 아이를 달래듯 상냥하게 몇 번이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것이 어느 정도 까지 이어졌는지는 가늠이 잡히지 않았지만 잠시 그렇게 있다 결국 울음을 그친 크리스가 마유리에게서 떨어졌다.
눈과 코는 새빨갛게 물들어있었다. 마유리가 괜찮은지 묻자 크리스는 잠깐 텀을 두고 고개를 끄덕였다.
읏샤 하며 마유리가 천천히 일어나자 크리스도 그 뒤에 따라 일어나 샤워실에서 함께 나왔다. 마유리의 소매를 잡고 마치 오카베를 따라갈 때처럼 마유리를 따라 레버토리의 안으로 돌아왔다.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던 크리스였지만, 돌아오자마자 천천히 고개를 들어 레버토리의 안을 살펴본다.
마유리가 말 한대로, 무서운 남자의 모습은 이미 없었다.
휴우 하고 한숨 돌리고 나서 문득 위화감을 느껴 눈을 돌리자 – 그 곳에는 방안에 흐트러진 실 더미와 우파 쿠션이 약간 찢어져있었다.
PC 의자의 바로 근처에는 깨져버린 유리컵도 나뒹굴고 있었다.
안에 들어 있던 것 같은 차가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아, 아 ......"
마유리의 옷자락을 잡는 크리스의 손이 더욱 더 굳어졌다.
크리스가 샤워실로 뛰어들면서 방해라고 생각 한 것은 아랑곳없이 걷어찼기 때문에,
굴러다녔던 우파 쿠션과 마유리의 바느질 도구가 테이블 위에 있던 컵을 직격했다.
보니 재봉틀 바늘은 내려와 있고, 한가운데를 지나가고 있었지만 코스 의상은 아마도 괜찮은 것 같다.
"죄, 죄송, 합니......"
바들바들, 떨고있는 크리스. 방금 전까지는 트라우마에서 오는 두려움이었다면, 이번에는 혼날 것을 두려워하는 아이 같은 모습이다.
물론 크리스가 자의로 한 것은 아니기에, 마유리는 미소에서 씁슬함을 지울 수 없었다.
정리는 힘들었지만 바로 확인해보니 다행히 바늘이 하나도 없어지지 않아 섣불리 돌아다니다가 바늘에 찔리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깨진 유리조각만 조심한다면 아마 다칠 요소는 없을 것이다.
지금 겁에 질린 크리스에게 영향을 준다면 어떻게 되어 버릴지 모르기 때문에, 마유리는 크리스를 달래며, 책도 읽어도 괜찮다고 전하고 방 정리를 시작했다.
크리스는 대답하며 다시 방구석에 다시 웅크리고, 굴러다니던 휴대폰을 손에 들더니, 오카베에게 메일을 치기 시작한다.
마유리가 와서 봤을 땐, 오늘 아침에는 그럭저럭 침착한 모습이었고, 마유리에게 보낸 메일도 나름대로 밝은 것이었지만, 완전히 바뀌어 지금은 답답한 분위기를 띄고 있어 자칫하면 또 울어 버릴 것 같았다.
분명 보냈던 메일은 매우 심하게 찜찜한 사죄 메일인 것일까, 마유리도 쓴웃음을 금할 수 없었다.
유리 파편을 조심하면서 정리를 하고, 걸레를 가져와 바닥을 정성스럽게 닦아 나간다.
사실 오카베가 정리를 해 준다면 확실했겠지만, 없는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조금 지나자 유리 조각들은 바닥에서 사라지고 컵의 파편은 정성스럽게 싸여 쓰레기로 처리되었다.
마지막으로 봉투의 입구를 묶고 위험물 표시를 마친 뒤, 마유리는 다시 크리스에게 눈을 돌렸더니 트라우마 극복하지 못한 것이 충격인지, 실험실에 폐를 끼쳐 버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부담된 것인지, 휴대폰을 쥔 채, 웅크려 앉아있었다.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괴롭다. 가슴 속에 답답한 감정을 품고 있던 마유리는, 자신의 휴대폰이 울리는 것을 깨달았다.
매너모드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진동이 전해져 와 확인하자 가타카나가 네 글자가 화면에 나타났다. 마유리는 주저 없이 통화버튼을 눌러 항상 하는 인사를 전했다.
"뚯뚜루~ 무슨 일이야?"
"크리스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답장은 아직 안 보냈는데, 상황은?"
"...음 저기 말이야."
마유리가 전화를 받았을 때, 크리스가 이쪽을 바라보던 것이 걱정되어 굳이 상대의 이름은 말하지 않았다.
마유리는 크리스에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행동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상황을 전하자 전화 너머 오카베의 목소리는 일단 괜찮다는 것을 듣자 마음속으로 안심한 듯 가라앉았다.
오카베가 받은 메일은 오카베를 초조하게 만들기 충분했던 것 같다.
아직 크리스는 꽤 충격을 받았는지 기운이 없는 것 같아서, 위로하면 좋을 것 같다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오카베도 당연하다는 듯이 긍정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고 나서 몇 마디의 말을 나눈 뒤 전화를 끊고 일단 마유리는 우선 청소를 했다.
크리스의 멍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오카베로부터 온 전화인 줄 모르고 있는 것 같았고, 사실 당장이라도 크리스 옆에 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크리스를 이대로 가만히 둔다면 분명 불필요한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기에 섣불리 행동 할 수 없었다.
마유리는 실을 회수하면서, 크리스에게 아무것도 아닌 잡담을 꺼냈다.
물론, 마유리가 일방적으로 이야기 하며, 크리스의 대답은 기대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런데도 크리스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실의 회수 작업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을 무렵, 마유리가 크리스 쪽을 바라보니, 휴대전화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어, 오카베로부터 답장이 온 것을 알 수 있었다.
잠시 바라보고 있으면, 마지막에는 굉장 안도 한 것처럼 온 몸에 힘을 빼는 크리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유리는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실 회수 작업을 마치고 나서 우파 쿠션을 집어 들었다.
찢어져 버려 안의 솜이 흘러내리려고 하는 위치는 마침 하얀 곳이었고 실도 마침 하얀색이여서 수선이 쉬울 것 같았다.
바로 고쳐 버리고, 차라리 이것을 크리스 전용으로 할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유리는 다시 바늘과 실을 꺼내 바느질을 시작했다.
쿠션을 수선하면서, 크리스의 상태를 힐끗 확인하자 마유리가 원래의 작업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해서인지, 쭈뼛쭈뼛 자신의 책에 손을 뻗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마유리도 안심하고 자신의 작업에 전념한다. 두 사람은 각각 또 개인의 세계로 빠져 들어갔다.
몇 분 뒤, 마유리의 손에 있던 큼직한 우파 쿠션은 바로 수선되고 마유리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것을 가지고 크리스 쪽으로 다가갔다.
크리스는 천천히 마유리를 바라보더니 그 손에 쥐어진 쿠션을 보고, 조금 쑥스러운 듯 시선을 피했다. 마유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에헤헤 하고 미소를 짓더니 그 쿠션을 크리스의 바로 옆에 두었다.
"이거, 우파씨라고 해요. 아까의 상처는 벌써 고쳤으니까, 크리스짱, 만약 괜찮다면 사용 해주세요."
쓰고 싶던 그것에 크리스가 놀라 다시 바라보자, 마유리는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크리스는 천천히 그 쿠션에 손을 뻗어 쿠션의 감촉을 확인한 뒤, 뺨을 붉히며 마유리를 바라보았다.
다시 상냥하게 에헤헤 거리며 마유리가 웃자, 크리스는 그 쿠션을 무릎 위에 올리고 얼굴을 묻어 보기도 한다.
그것이 기분 좋은 것인지, 그대로 시선만으로 마유리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마유리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로 돌아가 간신히 코스 의상 제작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을 재개하고 조금 시간이 지나서 크리스 쪽을 바라보자, 우파 쿠션에 얼굴을 묻은 채 독서를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마음에 들은 모양이다. 마유리는 기쁜 듯이 미소를 보여주었다.
- - - - -
재봉틀 소리와 천 스치는 소리를 멜로디로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를 타악기로 하는 잔잔한 BGM이 레버토리에 흐른다.
여전히 우파쿠션이 마음에 들었는지 얼굴을 묻어하면서 독서를 계속하는 크리스와 흥얼거리며 코스 의상을 만드는 마유리, 두 사람의 분위기가 계속 흐른다. 때때로 마유리도 크리스도 화장실과 음료를 마시면서 휴식하고 서로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했다. 그럴 때
흐름 유지한다. 때때로, 마 유리도 크리스도 화장실 휴식과 음료 휴식을 혼합하면서 서로 자신이하고 싶은 것을 계속했다, 그런 때.
......꼬르륵.
배꼽이 울려 크리스와 마유리가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에, 에헤헤……"
마유리가 쓴웃음을 짓자, 크리스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더니 우파쿠션에 얼굴을 묻었다.
……극도의 긴장에 의한 피로감 때문인지, 아무래도 크리스는 배가 많이 고팠던 것 같다.
마유리는 코스 의상 만드는 것을 잠시 멈추고 부엌 밑을 부스럭거리며 뒤지기 시작했다.
크리스도 옆에서 빼꼼, 얼굴을 내밀자 그 안에는 여러 가지의 컵라면이 있었다.
마유리가 몸을 피해 크리스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게 하자 크리스는 옛 세계선에서도 즐겨 먹던, 하코다테에서 가장 유명한 소금 라면을 부산스레 꺼냈다.
마유리는 마찬가지로 하코다테에서 제법 알아주는 간장 라면을 고르고, 포장지를 한 번에 뜯어 부엌에서 조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주전자에 물을 담아 불을 켜고 물이 끓기를 기다리기만 한다.
마유리가 텔레비전을 켜고, 좋아, 좋아 하고 중얼거리며 손을 뻗으려고 할 무렵에, 크리스는 부랴부랴 접이식 테이블을 꺼내와 테이블을 펴버렸다.
레버토리의 위치도 조금씩 기억해 온 크리스는 주방에 있는 행주에 물을 묻힌 뒤 재빠르게 테이블을 한 번 닦고, 나무젓가락을 주방에서 2개 정도 가져와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대로 행주를 조심스럽게 접어서 테이블에 놓고 냉장고로 다가가 위에 놓인 종이컵 중 두 개를 집어 들고 냉장고를 열었다.
그중에는 크리스가 마시던 닥터페퍼 한 병과 오늘 마유리가 사온 큰 페트병에 담긴 차 한 병이 있었다.
마유리의 쪽을 돌아보며 크리스가 입을 열려고 하자, 그 곳에는 마유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고, 크리스는 무슨 일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크리스짱, 대단한 솜씨네요. 마유시는 감동입니다."
"어어...... 아, 아......"
듣고 알아 차리자 마자,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푹 숙이는 크리스.
확실히, 마유리에게서 아무 말도 듣지 못했는데, 차례차례 준비하던 크리스는, 레버토리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일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미 이틀을 묵었고 오카베와 여기저기로 돌아다니며 있는 것을 눈으로 쫓아 기억하고 있으면, 이 정도는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크리스는 어떤 리액션을 취해야 할지 고민한다.
고개를 숙인 채 당황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는데, 문득 손에 싸늘하고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냉장고를 연 채였다.
묘한 부끄러움 때문에 크리스는 얼굴을 붉히며 모기 소리처럼 가냘파진 소리로 마유리에게 묻는다.
"저, 기…… 차.....는 어때……?"
"에헤, 크리스짱은 귀엽네. 응, 고마워!"
더욱 얼굴이 새빨개지는 크리스. 부끄러움을 속이려고 하듯 닥터페퍼와 차를 꺼내 꼭 껴안고 냉장고 문은 발로 가볍게 차서 닫는다.
페트병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서 당황한 듯 우퍼쿠션을 거칠게 주워 들고, 쭈구려 앉아 우퍼쿠션에 얼굴을 묻었다.
마유리는 크리스의 그 행동이 더욱 더 사랑스러운 것 같고, 기쁜듯이 웃자, 그 소리를 들은 크리스는 보다 깊게 우파쿠션에 얼굴을 묻었다.
작은 목소리로 신음하면서 고개를 살짝 들면 우연히 시선 끝에 있던 CD의 뒷면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은 예상보다 빨개져 있었다.
마음을 달래기 위해 종이컵에 차와 닥터페퍼를 따라보기도 했지만, 당연히 그런 일로 사념이 사라질 리도 없고 후 하고 한심한 소리를 내며 컵라면이 완성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있다가 TV를 보면서 시간을 때우다 보니 마유리의 촐랑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마유리의 양 손에는 훈훈한 김을 뿜어내는 컵라면이 두 개가 들려있고 크리스 앞에는 소금맛, 자신의 앞에는 간장맛을 내려놓았다. 마유리가 손을 모으자 크리스도 뒤따라 손을 모았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 을게...요"
마유리는 흥얼거리며 나무젓가락을 쪼개고 라면을 먹기 시작한다. 크리스도 먹으려고 젓가락을 손에 들었지만 젓가락이 붙어 있는 것을 눈치 챈다.
쪼개지지 않아있어 이상하다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유리를 힐끔힐끔 훔쳐보니, 아무래도 쪼개서 사용하는 것인 듯해서 그것을 깨니 조금 유감스럽지만 비스듬하게 쪼개져 버렸다.
오른손에 그것을 쥐고 뭐 어때 라고 생각하면서 라면 속에 젓가락을 집어넣었지만, 도무지 면을 잡을 수 없어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
마유리가 아주 자연스럽게 먹는 것을 곁눈질로 보며, 때로는 편하게, 때로는 조심스럽게 면을 집어 올리려고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건져 올리지는 못했다.
으으 거리며 분한듯 한 소리를 내자, 마유리가 어떻게 된거냐며 묻고, 크리스는 또 얼굴이 빨개지면서 고개를 숙였다.
젓가락을 사용할 수 없어서 먹을 수 없다고 스스로는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작게 신음하면서 젓가락을 무의미하게 움직이자, 조금 후 마유리의 시선은 전혀 관계없는 쪽으로 향한다.
크리스가 마유리의 시선을 따라가보니 거기에는 크리스의 논문이 실린 사이언스지가 놓여 있었다.
마유리가 그것을 바라보고 몇 초가 지나자, 겨우 납득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던 마유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가서 무언가를 가져왔다.
"그렇네, 크리스짱은 미국에서 생활한 시간이 길었구나."
쓴웃음을 짓고 눈치 채지 못해 미안하다며 마유리가 손에 들고 온 것은, 포크 한 개였다.
크리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고맙게 받아들이며 마유리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어떻게 마유리가 여기까지 알아챘는지, 크리스에게는 큰 의문 이였으며, 그래서 마유리의 통찰력이라고 할까 독심력에 감탄마저 느끼게 된다.
실제로는, 마유리는 분위기를 잘 읽는 것이 사실이었지만,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이고는 크리스는 손끝으로 젓가락을 삐뚤삐뚤하게 움직일 뿐이었다.
어떻게든 식사를 할 수단이 생기게 된 크리스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재빨리 포크를 라면 안에 넣고 따라오는 면에 약간 감동하고 마유리와 함께 점심을 즐기기 시작했다.
"…마, 맛있, 네요."
"에헤헤ー, 맛있네요."
헤헤거리며 조금 칠칠치 못하게 웃는 마유리와,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눈으로 보면 알 수 있을 정도로 미소를 짓는 크리스.
두 사람의 즐거운 점심식사는 마유리의 이야기에 크리스가 나지막이 답하며 사소하지만 시시하지 않은 대화가 잠깐이나마 이어졌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컵라면 그릇이 비운 지 잠시 둘이서 멍하니 바라보던 TV 프로그램이 끝난 것을 계기로 마유리는일어서서 쓰레기 정리를 시작한다.
크리스는 패트병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행주를 다시 행구고 나서 테이블을 한번 휙하고 닦았다.
대략 배도 불러오자, 마유리는 코스 의상을 다시 만들기를 시작했고, 크리스도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서 독서를 시작했다.
크리스가 계속 모퉁이로 도망치는 것에 마유리가 의문을 품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크리스를 바라보았지만 정작 크리스도시선을 느껴 마유리를 바라보아서 그 의도를 알 방법이 없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크리스, 마유리는 그것만으로는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크리스가 불안이나 불만, 걱정거리를 안고 있는 모습은 아닌 것 같았는지, 살짝 미소지으며, 하던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홍리수도 갑자기 받은 시선에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마유리는 괜찮은 것 같으므로, 다시 독서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둘만의, 부드러운 선율이 레버토리 안에 다시금 흐르기 시작했다.
그 후 오전중과 마찬가지로 두 사람은 오랫동안 자신만의 시간에 집중하고 있었고 서로 화장실을 가거나 음료수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지만 서로에게 간섭은 하지 않았다.
3시쯤에 한 번, 마유리가 크리스에게 아침에 사온 디저트가 냉장고에 있다는 것을 알려준 뒤로는, 한 마디의 대화도 하지 않았다.
각자 자신의 일에에 몰입하기 시작하니 좀처럼 다른 것을 신경 쓸 틈이 없었고, 특히 마유리는 만들고 있던 것에 집중하느라 더욱 그랬다.
그렇게 해서 순조롭게 시간이 흘러가던 중,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5시 무렵, 크리스가 문득 위화감을 느끼며 고개를 들자,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과 거의 동시에, 휴대폰에 진동이 오기 시작하는 것을 깨닫고 확인해 보니, 메일이 하나 와있었다.
아무래도 마유리에게도 동시에 도착한 것 같고, 확인해 보니 오카베가 레버토리로 돌아가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져 있었다.
크리스는 더욱더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더욱 경계하는 자세를 취하지만, 이 타이밍에 메일이 온 것은, 분명히--.
아주 조금 텀을 두고 레버토리의 문이 조용하며 천천히 열리고 보이지 않는 저편에서는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녀왔다. 많이 늦진 않았나."
목소리를 듣자마자, 크리스는 책을 그 자리에 버려두고 일어나 현관으로 달려간다.
그 곳에는 백의를 입고 덥수룩한 머리와 어중간한 수염, 다듬는다면 조금은 멋있어 보일 것 같은 사람이 거기 있었다.
그대로 달려가 안기며 백의를 꼭 잡자, 오카베는 순간 당황한 것 같은 모습이였지만, 쓴웃음을 지으며 크리스의 머리를 한참동안 쓰다듬었다.
"오래 기다리게 했군."
약간은 상냥한 그런 말을 건네자, 크리스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말이 없었다.
크리스는 미소가 흘러넘쳐 버리는 것을 스스로 억제할 수 없었고, 오카베의 얼굴을 올려다 보니 똑같이 미소짓고 있었다.
크리스는 그 미소를 보며 오늘 하루, 레버토리를 지켰던 것이 보람 있었다고 생각했다.
백의에서 떨어지며, 그대로 오카베가 방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을 힐끔힐끔 지켜보던 크리스는 오카베와 소파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잠시 그런 상태로 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오카베가 책상 앞에 놓여진 의자에 앉는 것을 확인하고는, 마루에 놓아둔 책과 우파 쿠션을 손에 들고, 마유리의 옆에 앉았다.
마유리는 웃으며 크리스를 맞아주었고, 크리스는 안심하면서 우파 쿠션을 소파에 눕혀놓고 다시 독서로 돌아왔다.
크리스는 이 때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 일련의 움직임을 흘기는 정도로 슬쩍 바라보던 오카베는, 마유리를 꽤 따르는 크리스의 모습에 매우 놀란 표정을 띄고 있었다.
- - - - -
"그렇군……"
"그러한 이유로, 그 우파씨는 크리스짱 전용이 되었습니다-♪"
"음!? 나는 괜찮지만, 너는 괜찮은건가?"
"응! 아직 팔고 있으니까 여차하면 또 사면 돼."
어제와 마찬가지로 셋이서 둘러앉아 오카베가 사온 도시락을 먹으면서 오늘은 마유리가 레버토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오카베에게 전하고 오카베는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친가에 가 부모님께 아르바이트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흔쾌히 승낙해 주어 오늘부터 바로 견습으로 일했다.
그것은 예상범위의 일이었고, 요 며칠간 돌아가지 않았기 -홍리스를 찾아낸 날, 즉 타임 리프를 했던 그 순간부터 돌아가지 않았던 것 같다- 때문에 가끔은 제대로 집에 돌아가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오카베의 관점에서는 마유리와 크리스를 어떻게든 구해내려고 타임리프를 계속 반복해가며 몸부림치고 있었으므로, 마지막으로 타임리프를 했던 날까지는 제대로 된 수면조차 취하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확실히 몸에는 그것이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마음은 어땠을까--.
그런 일도 있고 해서, 오늘 하루는 자택에서 느긋하게 지내고 왔다고 하는 참이었다.
또, 어머니에게 크리스의 대한 얘기를 재차 상담하고 도움을 요청해 두었으므로, 그렇게 되면 마유리를 포함해서 조력자가 많이 늘어나게 됬다.
사정이 있어서 하는 아르바이트라고 아르바이트비도 다소 신경써 준다고 하니 불만은 없었다.
게다가 오늘치 아르바이트비를 먼저 받을 수 있었으니 더할 나위 없다.
쓰임새는 곰곰이 생각해봐야겠지만 과연 중2병이 심해진 아들을 대학에 보낼 만큼 부모란 위대했다.
일단 크리스를 본가에 한 번 데리고 가서 제대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생겼고, 그런 이야기를 마유리와 크리스에게 얘기하자 크리스는 약간 불안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오카베의 친가였기 때문인지 곧바로 승낙의 대답이 돌아왔고, 게다가 마유리도 같이 가고 싶다고 하니 이 건에 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두 사람 모두 납득 한 것처럼 수긍했다.
크리스도 오카베와 마유리에게는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었고 좀 더 시간이 지난다면 하시다와도 친숙해져, 타임머신 연구를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애당초 타임리프를 했을 때 크리스는 이미 연구에 참가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것에 비해 진행은 거의 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뭐, 궁극적으로는 β세계선으로 이동하기 위해서 뿐이라면 타임리프머신은 필요없고, 전화레인지(가칭)조차 필요없지만.
오늘 겸사겸사 야나바야시 신사에 들러 IBN5100 봉납 여부를 확인하고 왔다.
실물을 눈으로 보고 온 데다, 빌려 달라고 부탁도 했고, 만약을 위해 돈을 준 다음, 다른 누구에게도 빌려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고 왔기 때문에, 당장은 문제 없을 것이다.
가까운 시일내에, 크리스나 하시다를 데리고 회수하러 가면 된다.
만약, 만에 하나라도, D메일을 받지 않았을 모에카가 눈치챈다고 해도, 의리가 굳센 우루시바라가라면 그렇게 쉽게 건내주지는 않을 것이다.
빨리 회수하는 것보다 더 안전한 일은 없지만, 지금 당장 회수해야 할 이유는 없어졌다.
세계선을 이동하기 위한 최종수단으로 그 포석을 남겨뒀다.
한계까지 끌고 간 뒤, 정말로 최후의 최후, 궁극의 수단으로서 남겨두는 것뿐이지만.
모처럼 "거들어 줄" 상황이 생긴 크리스를 제 손으로 사라지게 한다니, 그런 조롱은 용서할 수 없었다.
오카베는 크리스와 마유리가 눈치채지 못하게, 마음속으로만 그 결의를 새롭게 다지며 자신의 도시락에 남아있던 튀김을, 입 속으로 던져 넣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한동안 멍하니 TV를 쳐다보며 나름대로 시간을 때우다 정리를 하기 시작했고 그것도 대충 끝나갈 무렵.
시간은 20시를 바라보고 있었고, 마유리는 여느 때와 같이 코스 의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카베가 크리스에게 샤워를 하도록 재촉하자, 크리스도 읽던 책을 내려놓고는 샤워실로 들어갔다.
빨래가 쌓여있는 것을 보았고, 오카베는 오늘 아침 일을 떠올리며 내일은 아르바이트 때문에 아침 일찍 나가야 하기 때문에 내친김에 회수해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한다.
마유리의 정리가, 크리스가 샤워실에서 나오는 것보다 조금 더 빨리 끝났지만 곧바로 돌아가지 않고, 크리스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아, 그러고 보니 오카린, 크리스짱의 옷, 슬슬 모자란거 아니야?"
"마침 나도 그걸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일 한 번 친가에 가지고 돌아가기로 했다. 엄마한테 부탁하면 늦어도 모레면 회수 가능 할 것이다."
"응! 그런데, 내일이나 모레쯤이면 모자랄 것 같아서 오늘 가지고 왔어."
첫날 부탁한 것은 정말로 긴급했었고, 에초에는 가능하면 페이리스의 방 근처에 묵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빌린 옷의 수는 새발의 피였다.
이대로는 부족해지는 것은 불가피했기 때문에, 여기서 공급받는 것은 실로 고마운 일이였다.
마유리로부터 부피가 크고 내용물은 꽉 찬 것을 알 수 있는 가방을 받고서 지금은 크리스의 창고가 되어 있는, 망가진 캐리어의 옆에 놓아두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여러가지 복장의 크리스를 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매우 신선하기는 했다.
들어보니 오늘의 마유리가 가지고 온 옷 안에는, 집에서 깨끗하게 빨아놓은 크리스의 옷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고, 이것은 크리스에게는 제일 기쁜 희소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흘러나오는 TV를 마유리와 둘이서 아무렇게나 바라보고 있으니 이윽고 물 소리가 멈춘 것을 알 수 있었다.
크리스가 샤워실에서 나와 몸을 닦고 갈아입는 소리가 커텐의 저쪽에서 들려오는 것을, 오카베는 그 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역시 사흘 연속으로 듣다 보니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역시 이성이 바로 가까이서 옷을 벗고 있는 상황은 진정되지 않았다.
뭐, 익숙해져 버리면 익숙해져서, 거리감을 파악하기 어렵게 되어 곤란하다.
그야말로 지금의 마유리처럼.
……물론,크고 나서는 역시 적당히 의식하게 되고, 함께 목욕하는 일은 절대로 없었지만.
잠시 기다리니 샤워실 커튼이 천천히 걷히고 그 너머로 머리를 닦으며 크리스가 나오는 게 보였다.
핑크색 스웨트는 페일리스의 실내복이라 왠지 아는 여자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때문인지 꺼림칙했다.
하지만 마유리도 페이리스-- "루미호"도, 크리스의 몸상태를 누구보다도 걱정한 것이니까 분명 그것은 오카베가 신경쓸 일은 아닐 것이라고, 의도하며 의식으로부터 그런 꺼림칙함들을 배제했다.
크리스는 그대로 드라이어를 사용하려 하지만 그 발을 멈추고 마유리와 시계를 힐끔힐끔 바라보니 이윽고 마유리가 참지 못하고 쓴웃음을 짓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크리스도 마유리의 가정사정을 걱정하고 있는것 같았고, 여자아이가 돌아다니기에는 조금 밤이 깊어 버린 이 시간,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은지 걱정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마유리가 자신을 기다려주는 것을 왠지 모르게 생각하고, 드라이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니 나름대로 시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한 배려인 것 같다.
"에헤헤, 크리스짱에게는 당할 수 없네……응, 그럼 먼저 실례할께"
"조심히 들어가라……"
마유리가 무거울 것 같은 짐을 안고 일어나, 현관으로 향하니, 크리스도 타월을 감은 채로 그 뒤를 따라간다.
오카베도 그 뒤에서 서있으며 마유리를 배웅했다.
"그럼 오카린, 크리스 짱에게, "그 것" 좀 전해줄래?"
"아, 뭐 전할 것도 없지만."
"에헤헤. 그럼 크리스짱, 오카린, 나중에 봐! 뚯~두루♪"
손을 흔들며 떠나는 마유리, 크리스는 오카베와 마유리 사이에서 자신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에 허둥대는 것 같았지만, 그런데도 떠나는 마유리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것은 잊지 않았다.
오카베도 가볍게 손을 흔들며 배웅하고, 이윽고 현관문을 닫고, 단단히 잠그니, 방에는 크리스와 오카베의 두 사람만이 남겨졌다.
크리스가 머리를 드라이어로 말리지만, 얼굴은 오카베 쪽을 향하고 있다.
"저, 기……마유리가 말한……"그 것"은 뭐…야…?"
"마유리가 옷을 두고 간 것이다. 슬슬 갈아입을 옷이 없어졌잖아. 거기 놔뒀으니까."
오카베가 가리키는 쪽, 캐리어의 곁에 놓여진 큰 가방을 보고, 크리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게다가 옷을 빌리는 것이 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에어컨도 없는 이 방에서 하루 보낸 옷은 땀범벅이 되어 있을 터였다.
며칠씩 입느니 그냥 받으라는 것이다.그것은 크리스의 위생상태는 물론이었고, 그 이상의 "피해"를 생각해도
마찬가지였다.
크리스 자신의 사복과 캐리어에 남아 있지 않던 옷들도 마유리와 페이리스의 손을 거쳐 수선된 다음 돌아온 것이라 얘기하자 크리스는 기쁨을 숨길 수 없는 모습으로 곧바로 가방을 열려고 한다.
적어도 머리 정도는 말리라며 오카베가 쓴웃음 지으며 말하자, 크리스는 허둥지둥 당황하면서도 드라이어에 손을 뻗는다.
서두르고 있다고는 해도 많은 양의 머리카락을 말리려면 그 나름대로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오카베는 그 사이에, 크리스에게 한마디 말하고 나서 샤워 룸으로 향했다.
오늘은 아르바이트 연습이라고 할까, 가끔 가게를 봐 왔기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땀을 흘리고 있다.
정성들여 씻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드라이어 소리를 BGM삼아 샤워를 시작했다.
대충 몸을 씻고 샤워실을 나올 무렵에는 드라이기 소리는 벌써 멈춰 있었고, 부스럭거리며 무언가 만지는 소리와, 틀어놓은 텔레비전의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적당히 몸을 닦고 옷을 갈아입은 뒤, 머리를 닦으면서 커튼을 열자 그 곳에는 기쁜 듯이 자신의 옷을 펼쳐놓은 크리스의 모습이 보였다.
너덜너덜해진 넥타이나 망가진 운동복도 새 것처럼 반짝반짝했다.
수선을 맡긴건지, 아니면 그만한 솜씨가 그 둘에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새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복원되어 있었다.
오카베가 나온 것을 눈치챈 크리스가, 웃는 얼굴로 옷을 쓱 내밀어 보이자, 오카베도 웃는 얼굴을 숨길 수 없다.
여러가지 옷을 돌려 입는 크리스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역시 크리스의 아이덴티티라고 하면 이것이다.
뭐, 사실은 같은 것을 몇 벌 가지고 있었겠지만, 개조 교복은 딱 한 벌밖에 남지 않은 것이 단점이였다. 게다가, 이 레버토리에는 세탁 설비가 없기 때문에, 매일 이 모습을 유지 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도 크리스는 자신의 옷이 돌아온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고, 마유리라는 친구가 있어 준 것을 진심으로 감사한다.
"내일 그거 입을 거야?"
오카베의 말에, 고개를 휙 든 크리스는, 몇번이나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하루밖에 입을 수 없는 옷이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자신의 옷을 입고 싶다는 생각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웃으면서 크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크리스의 뺨은 보다 느슨해져 갔고, 오카베도 작은 행복에 기쁨을 금할 수 없었다.
잠시 그렇게 시간을 때우니, 오카베도 크리스도 자연스럽게 졸음을 숨길 수 없게 되어, 둘은 잠자리에 든다.
내일은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그런, 불안과 즐거움이 뒤섞인, 기묘한 생각을 가슴에 안은 채.
잠이 든 두 사람이, 조용하게 손을 잡는 가운데, 크리스를 줍고 나서 세 번째의 밤은, 조용하게 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