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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운 물건(拾った品) [ Day 1 ]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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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운 물건(拾った品) [ Day 1 ]

rennes 2020. 8. 29. 00:43
 

STEINS;GATE 2ch二次創作まとめwiki ミラー

echelon.wiki.fc2.com


원작 링크입니다. 본 글은 원작자에게 번역을 허가 받지 않은 글입니다.
(원작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혹여 아시는 분은 댓글 부탁드립니다.)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번역 / rennes
도움 / kuristi



 

마유리와 크리스.

세계가 어느 하나의 죽음을 지독하리만큼 강요하는 절망적인 운명.

양쪽 모두를 구하려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재도전을 거듭하였던 무한의 루프.

그 고리 안에서, 오카베는 마지막 위험한 도박을 감행했다.

라운더의 습격은 회피했다.

마유리의 죽음이 일어난 이후에도 타임 리프 머신이 그곳에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그것은 확실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마유리가 죽고 나서 타임 리프 머신을 개량한다면.

세계선에 D메일만큼의 충격을 줄 수 있도록 훨씬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면.

D메일은 과거를 개변하는 것.

그렇다면 D메일을 사용해 더 먼 과거를 반복함으로써 세계선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리딩 슈타이너가 무뎌질 가능성이 있기에 세계선 변동률의 관측이 어려워질 확률이 존재하는 것이 단점이지만, 타임 리프 머신만 완성해버리면 그것조차 없었던 일로 할 수 있다.

오카베는 타임 리프 머신의 완성이라는 세계선의 수렴을 이용해 큰 걸음을 내딛기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그것은 실패로 끝나, 최종적으론 크리스를 「두 번」이나 잃어버리는 결단을 강요하게 되는 것이지만.

 


2010년 8월 1일.

오카베는 타임 리프를 무사히 마치고 깨달았다.

래버토리에는 혼자일 뿐, 어느 누구도 없다는 것을.

마유리를 구하기 위해 모두를 희생시켜 개량에 개량을 거듭 한 결과, 타임 리프 머신은 제법 정밀하게 완성되었다.

한 달 정도 과거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라운더의 습격도 회피한 이상 마유리를 잃었다는 것 이외는 잘 해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개량형 타임 리프 머신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사용해 이렇게 지금 여기에 서있다.

오카베는 자신의 마음이 많이 망가져 있는 것을 느꼈다.

마유리의 죽음을 단지 통과 의례로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람으로서의 마음 따윈, 정말로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래버토리를 둘러보니 책상 위에는 크리스의 논문으로 보이는 종이 다발이 대량으로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화이트보드에 오카베와 하시다의 글씨가 휘갈겨져 있었다.

아무래도 전화 레인지(가칭)의 기능을 해석하려고 분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순수 이론 계통의 전문가인 크리스가 있는데, 왜 독자적으로 해석을 시도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타임 리프의 영향으로, 원래 있던 세계선과는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오카베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계속 걷다 보니 아키하바라의 거리는 특별한 달라진 모습은 없었다.

오카베는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거리를 거닐었다.

래버멤과 만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딱히 조우하는 일도 없었다.

만약을 위해 휴대폰을 확인해봤지만, 거의 모두가 래버멤으로 등록되어 있어서 큰 차이는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단 한 가지, 마키세 크리스의 연락처가 없는 것을 제외하고.

오카베는 정정했다.

분명 큰 차이가 있는 것이리라고.

그렇게 약 두 시간 거리를 배회하며 최종적으로는 크리스를 찾아다닌 오카베.

연락처가 없다는 것은 이 세계선에서 오카베와 크리스는 인연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혼자 힘으로 전화 레인지(가칭)을 분석하려고 했던 것도 납득이 간다.

하지만 크리스와 인연이 없다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였다.

오카베는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며, 크리스의 합류를 최우선으로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초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찾아왔던 크리스에게 이 도시에 머무를 이유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크리스와 만나게 될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찾다가 계속 문득 공원을 스쳐 지나갔을 때.

그곳에서 기묘한 광경을 조우했다.


"······어이, 거기."

"아······."

꾀죄죄한 몰골로 구석에 주저앉아있는 작은 그림자가 있었다.

긴 붉은 갈색 머리가 특징적인 실루엣.

자켓은 걸쳐 입었다고 부르기에는 너무 작은 팔에 작은 벨트의 압력에 의해 고정되어있다.

흰 커터 셔츠, 깃의 파란 테두리가 특징으로 목을 고정하는 단추.

빨간색 타이에 검은색 핫팬츠.

다리를 덮고 있었을 검은 스타킹은 찢어져 몇 군데 올이 나가 있었다.

값비쌀 것 같은 칠흑의 부츠는 진흙투성이가 되어 초라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부츠의 오른발 지퍼는 부서져 너덜거렸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얼굴이 천천히 나를 향했다.

죽은 물고기 같은 눈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온몸이 진흙투성이었고, 얼굴에는 숱한 찰과상도 보였다.

손에는 잔뜩 구겨진 서류봉투를 소중하게 안고 있었다.

활짝 열린 채 버려진 캐리어가 짙은 우울감을 풍기고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캐리어 크기에 비해 어울리지 않는 극소량의 짐이었다.

아, 그런 거였구나.

오카베는 그 소녀의 처지를 깨닫고, 말을 걸며 천천히 다가간다.

상대에게 경각심을 주지 않도록.

"······너, 괜찮은가?"

"흐, 흐읏."

그런 상황에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을 리 없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습격당한 것이라고 쉽게 상상되었다.

흐슬부슬한 크리스는 다가오는 오카베를 밀어내듯 짧게 신음하며 뒷걸음질했다.

캐리어 안으로 재빨리 기어들어가 웅크리고는, 구겨진 서류봉투를 힘껏 껴안았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키려고 하는 그 행동에, 오카베도 쓴웃음을 지었다.

잘 관리한듯 보드라웠던 머리가 잔뜩 구겨지고, 투명했던 피부도 이렇게나 엉망진창이었다.

언제나 즐겨 착장했던 스스로 개조한 옷을 이렇게 진흙투성이로 만들어 버렸다.

이런 꼴을 보고 어떻게 내버려 둘 수 있겠나.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아도······, 라고 말해도 무리인가."

"으읏······."

"상처는 괜찮은가? 흐음, 얼마나 여기에 있었던 건지."

당장은 캐리어 말고는 도망갈 길은 없는 것 같다.

크리스는 조그맣게 떨면서 겁먹은 눈으로 오카베를 올려다본다.

오카베는 나직이 욕지꺼리를 입에 담았다.

크리스에게 더 이상 다가가지 않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옷이 다소 더러워졌지만 이 정도는 어쩔 수 없다.

그 자리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번호부에서 익숙한 이름을 고를 수 있었다.

앞서 휴대폰을 꺼내려 주머니에 손을 넣은 것만으로 크리스가 몹시 겁먹자, 오카베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런 허술한 백의 주머니에서 흉기라도 꺼내들줄 알았나.

『뚯뚜루~♪ 오카린, 무슨 일이야?』

"응, 마유리. 방금 공원에서 뭔가를 좀 주웠어."

『정말? 뭘까나~. 오카린, 전자레인지라도 발견한 거야?』

"아, 그런 건 아니지만······."

이 세계선에서도, 이미 전화 레인지(가칭)는 전자레인지로서의 기능을 잃고 있었다.

전자레인지를 입수하는 것은 마유리에게 매우 중요한 사항이었지만, 이 세계선에선 그런 일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오카베는 마유리에게 크리스의 상황을 간단히 요약해 설명해주었다.

그렇다곤 하더라도, 호오인 쿄우마의 태도는 눈앞의 크리스에게 쓸데없이 경계심을 부추겨버릴 것이다.

오카베는 타임 리프의 연속으로 그런 일을 할 정신적 여유도 없었고, 마유리를 걱정할 때와 같은 제법 상냥한 말투로 대화를 이어갔다.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신경을 쓴 말투였다.

아직 경계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크리스였지만, 오카베는 마유리의 양해를 얻고 전화모드를 스피커로 변경했다.

그것을 크리스에게 가까이 가져갔다.

툭툭, 가볍게 두 번 정도 휴대전화를 두드렸다.

크리스는 눈앞의 휴대전화와 오카베를 번갈아보며 크게 떨었지만, 그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약간 관심을 보였다.

『뚯뚜루~♪ 안녕하세요, 시이나 마유리입니다.』

포근한 여자아이의 목소리.

순백의, 혹은 매우 상냥한 듯한 음색에 크리스는 조금씩 휴대폰으로 시선을 옮긴다.

마유리가 신중하게 말을 고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열심히 크리스에게 호소하고 있었다.

몰론 자신의 취미 이야기이거나 하는 별 의미없는 말들의 연속이었다.

래버토리의 일상 이야기라던지, 학교의 추억의 이야기라던지.

혹여나 지뢰를 밟지 않을까, 빙판길을 걷는 심정이었던 오카베도 조마조마했다.

크리스는 별로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단지,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에 가만히 집중하며 이따금 오카베 쪽을 흘겼다.

그렇게 마침내 마유리가 대화의 한계를 맞이하기 시작하자, 오카베는 휴대전화를 회수해 전화모드를 변경했다.

크리스는 몸을 숨긴 캐리어에서 조금 몸을 내밀었다.

주춤하는 것이, 얼굴을 내미는 토끼인지 고양이인지.

그런 감상을 하며 오카베는 크리스를 주시했다.

혼자 괜찮을까, 은근히 그런 의미를 담아서.

크리스는 그것을 눈치챘는지, 약간 고개를 숙여 눈물이 글썽인다.

초조해진 오카베는 아직 통화중이던 마유리를 제쳐두고 크리스를 달래려고 하자, 드디어 크리스는 제대로 오카베를 마주보았다.

그때, 크리스가 새된 신음을 내질렸다.

수화기 넘어 마유리가 당황해하는 소리가 전해져왔다.

『에~!? 오카린,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괜찮아."

『깜짝 놀랐어······.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조금만 기다려줘. 전화할게."

오카베는 스스로도 놀랄 정도의 침착하고 상냥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아, 그러고 보니 내 본바탕은 이런 느낌이었나.

오카베 본인이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호오인 쿄우마로서의 삶과 격동의 타임 리프를 거듭해온 시간이, 평온했던 나 자신을 잃어버렸던 것 같았다,

그것을 깨닫게 해준 마키세 크리스.

그녀는 오카베에게 어느 세계선에서도, 어떤 상황에서, 어떤 장소에서든지 항상 든든한 그의 편이 되어주었다.

일찍이 스스로가 라운더였던 세계선에 날아가 버렸을 때에도 과정이야 어쨌든, 결국 크리스는 오카베를 믿어주었던 걸 생각하면서.

"······시간이 제법 지난 거 같은데. 식사는."

오카베가 넌지시 크리스에게 묻자 조금은 마음을 열었는지, 고개를 흔드는 동작이 되돌아온다.

아주 작고 가녀린 움직임은 있었지만, 오카베와 얘기하고 나서 처음으로 하는 의사 표시였다.

오카베는 끄덕인 뒤, 휴대전화를 통해 마유리와의 전화를 이어갔다.

"줄곧 그런 상태라면, 제대로 수분을 섭취하지 않은 것 아닌가. 편의점에서 뭐라도 사오겠어. 내 친구 마유리가 너의 대화 상대가 되어 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

탁했던 크리스의 눈동자가 초점을 되찾았다.

오카베는 다시 휴대 전화를 스피커폰 모드로 바꾸어 크리스에게 건넸다.

스피커에서 따스하고 정겨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자아, 그러면 오카린이 돌아올 때까지 마유시와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

크리스는 지그시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마유리는 무엇을 말할지 생각하고 있는 듯, 숨 고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카베는 작은 목소리로 그럼, 하고 작게 인사한 뒤 자리를 떴다.

"······아. 저, 저기······."

『이름, 물어봐도 될까?』

"······."


근처 편의점에서 페트병의 스포츠 음료와 메론빵을 구입했다.

작은 빵이라면 먹는 것에 저항은 없을 것이다.

영양적으로는 에너지바와 같은 고열량 음식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 일단 그것도 구매해왔다.

하지만 딱딱한 음식은 당장 먹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어 즉석에서 먹기 편한 빵을 먹이는 선택을 했다.

크리스가 성큼성큼 다가오는 오카베의 발소리를 듣고 흠칫 크게 몸을 떨었다.

그녀는 몸을 순간 움츠렸으나 오카베가 시야에 들어오자 눈에 띄게 안심한 듯했다.

"요깃거리다. 너 말이야, 공복으로 계속 버틴다면 상당히 위험해진다고."

요깃거리가 담긴 봉투를 크리스 앞에 놓은 오카베가 다시 조금 전의 위치에 주저앉았다.

크리스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내용물을 들여다보았다.

스포츠 음료와 빵, 에너지바, 밀크티도 들어 있다.

크리스는 그것을 마치 도망치라도 하듯, 덥석 움켜쥐고 캐리어 안으로 끌어당겼다.

오카베가 충분히 예상한 시나리오였다.

"저······, 이, 이거······."

"먹어도 돼. 체하지 않도록 천천히 씹어삼키도록."

쭈뼛거리며 눈을 동그랗게 뜬 크리스.

정녕 자신이 받아도 되는 것인지 고민하는 모습에 오카베는 미소로 대답했다.

크리스는 천천히 페트병을 열고, 스포츠 음료를 홀짝홀짝 마셨다.

이 작열하는 햇빛 가운데 계속 있었다면 열사병의 위험도 상당히 높았을 것이다.

수분 보충은 긴급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크리스도 역시 본능적으로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그녀는 점점 음료를 마시는 속도가 빨라지더니, 한 컵 분량을 마신 뒤 빵에 손을 댔다.

그 틈을 타 오카베가 크리스 앞에 놓여있던 휴대전화를 회수했다.

"신세졌어, 마유리."

『아니, 괜찮아. 그래서 그 사람은······.』

"뭐라도 사와서 먹이곤 있어. 하지만 이것만으론 충분하진 않을거야. 마유리, 미안하지만 추가로 구매를 부탁할 수 있을까."

『응, 괜찮아.』

"1.5리터 또는 2리터 정도의 스포츠 드링크와 차를 부탁할게. 그리고 최대한 부드러운 음식이면 좋겠는데."

취식하는 크리스의 모습을 보면서, 필요한 것을 전화로 전했다.

나름대로 양이 많을 것 같았기 때문에, 함께 래버토리에 있는 것 같은 하시다도 끌어내 구매를 의뢰했다.

답례로 '쥬시 가라아게 넘버원'과 다이어트 콜라를 한 병 베풀어 주겠다는 말도 덧붙여서.

"······다루에게는, 구매가 끝나면 미안하지만 당분간 래버토리에는 돌아오지 말라고 전해줘."

『어, 어째서?』

"그 녀석은 '신사'이니까. 처음엔 괜찮겠지만 익숙해질 때쯤 녀석이 핵폭탄을 떨어뜨릴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거든."

『그런가······, 난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오카린이 그런 거라면, 알겠어.』

"만약의 이야기다. 이 녀석이 제대로 얘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회복되면, 다시 소개해 주면 되는 거니까."

그렇게 구매 대행 연락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오카베가 전화를 하고 있을 때에도 묵묵히 식사를 계속하고 있던 크리스는 6개입 빵 중 2개를 해치우고 있었다.

점원에게 부탁해 넉넉하게 받아온 물티슈 몇 장이 캐리어 안에 떨어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손을 닦았을 그 물티슈는 몹시도 더러워져 있었다.

꽤 오랫동안 이곳에 웅크리고 있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오카베는 혹시나 해서 휴대전화를 꺼내 스케줄을 확인했다.

ATF에서의 세미나, 본래 크리스가 강사를 맡기로 했던 시간대가 통째로 비어 있었다.

메일함을 급히 확인하자, 수신함에도 송신함에도 그 전날부터 하시다와의 메일 교환만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은, 강습의 중지를 전하는 것이었다.

원인은 주최측에서 당일, 강사와 연락이 되지 않아 개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었다.

"······저기, 나는 7월 28일에 ATF에서 강습을 받을 예정이었어."

"······."

꿈틀하고 크리스의 어깨가 들썩였다.

세 번째 빵을 두 손으로 집어들고 입을 움직이는 것을 멈추었다.

오도카니 작은 빵을 꼭 쥐고 있는 크리스의 모습은 오카베의 눈에 제법 귀여워보였다.

마치 다람쥐나 햄스터처럼 양 볼 가득 먹을 것을 축재해놓은 크리스는,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오카베에게 상당한 힐링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상태 그대로 멈춰버린 크리스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거기에 크리스 자신이 출석하지 못한 원인이 있는 건 틀림없어보였다.

"······벌써 나흘째인데, 잘 버텨줬다."

"······."

다시 크리스의 입이 우물우물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입은 도로 닫히고, 크리스의 눈가가 불그스름하게 물들어갔다.

이어 먹먹하게 고여버린 눈물이 뺨을 타고 떨어져 캐리어에 빨려 들어갔다.

크리스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오카베는 천천히 크리스에게 다가갔다.

크리스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았다.

취식을 중단한 메론빵을 두 손으로 쥐고서, 조그맣고 투명한 눈물을 연거푸 쏟아냈다.

오카베의 그림자가 크리스에게 드리웠다.

크리스는 약간 움찔했지만, 그래도 도망치지는 않았다.

오카베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대담하게도, 오카베는 크리스의 머리에 살포시 손을 얹었다.

순간 반응하여 도망갈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한 모양새지만, 오카베의 손을 받아들인 자세는 변하지 않았다.

"······많이 힘들었겠어. 정말······, 수고해줬다."

"흐으, 읏······."

크리스의 갈리진 목소리가 조금씩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두 손으로 움켜쥐고 있던 메론빵이 바닥에 맥없이 떨어졌다.

크리스는 소매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았다.

오카베가 천천히 크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다. 이젠 안전하니까."

"아아, 아······."

크리스는 비로소 안심한 듯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오카배도 어떻게든 자신을 따라준 크리스에게 안심하며 크리스가 울음을 그치는 것을 기다렸다.

"······괜찮은 건가."

오카베의 말에 크리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스의 아까보다도 명확한 의사표시를 눈여겨 본 오카베는 조금이나마 안심했다.

오카베가 스포츠 음료의 뚜껑을 조여 크리스의 손에 건네자, 그녀는 그것을 조심스레 받아 들었다.

크리스는 메론빵 봉투를 정성스럽게 묶어 스포츠 음료와 함께 편의점에서 받아 온 대형 봉투에 모조리 담았다.

"자아, 일어 설 수 있겠나."

"······."

크리스가 오카베를 빤히 올려다 보았다.

오카베는 일어서서 넌지시 손을 내밀었다.

크리스도 조심스레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끝이 제법 눈에 띄게 떨렸다.

역시 순순히 따라주고는 있어도, 경계심을 완전하게 풀지는 못한 것 같았다.

오카베가 쓴웃음을 지으며 크리스의 손을 잡아 올렸다.

지금의 그녀에게는 그것이 고작이었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필사적으로 일어서려고 한다.

하지만 너무나 연약한 그 손으로는, 일어서기도 어렵다.

일어서려다 무릎을 들다가 휘청거려, 순간 오카베는 반대쪽 어깨를 잡고 크리스를 지탱한다. 몇 번이나 될지 모르지만, 또 크게 흠칫 어깨를 떨게 하는 크리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도와주고 있다고 판단한 오카베를 믿고서인지,

역시 도망 치려고는 하지 않았다. 오카베가 양손으로 받쳐 주어,

어떻게든 크리스는 일어서는데 성공했다. 진흙투성이가 된 채 캐리어 속으로 도망치는 바람에, 캐리어 안에도 상당한 진흙이 들어가 버렸지만, 어차피 래버토리에 가 깨끗하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크리스는 서둘러서 꾸깃꾸깃한 서류봉투만 회수하고 페트병과 함께 소중하게 껴안았다. 오카베는 그 내용을 지금은 아직 모르지만, 그래도 어떤 논문일 것이다.β세계선의 처음, 크리스에 처음 말을 걸었을 때에도 가지고 있던 것으로부터 추측하고 있었다. 쓴웃음을 지으며 그것을 응시했다. 머리에 손을 얹자 크리스는 조그맣게 고개를 숙인다. 결코 싫은 듯 한 태도는 아니었다.

 

 

"중요한 논문인가?"

 

묻자, 크리스는 천천히 오카베를 올려다본다. 그리고 잠깐 시간을 두고 작게 끄덕인다. 오카베는 쓴맛을 머금지 않은 미소에서 페트병과 봉투로 양손이 묻혀있는 크리스 대신에, 캐리어를 간단히 정리했다. 직접 손을 대보고 알았지만, 정말 캐리어의 내용물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몇 벌 가지고 것이다. 갈아입을 옷조차 없어져 정말 낭패를 봤으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건 잠시 마유리의 사복에 신세를 지게 될지도 모른다. 곧바로 진흙 덩어리와 먼지, 쓰레기 등은 아까 전에 편의점에서 산 닥터 페퍼가 들어 있던 작은 비닐봉투에 밀어 넣는다. 미세한 얼룩은 래버토리에서 지우기로 결정하고, 일단은 가방을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복원했다.하지만 가방 자체가 '열렸다'다기보다는 '파괴 된'이라고 표현하는 편이 맞고 지퍼가 제대로 잠기지 않고 중간에 걸려 버렸다. 더욱 중요한 캐스터도 하나는 바퀴마다 없어져 있고, 다른 하나는 바퀴가 아주 호되게 파괴되어있다. 두 개는 깊은 상처 정도에서 끝나고 있지만, 하지만 그 중 하나는 뒤틀려있어, 바퀴는 회전하지 되어 있었다. 글쎄, 내용물이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무겁지 않은 때문에 들어 옮길 것이 다행일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르는 채, 오카베는 크리스의 망가진 캐리어를 손에 든다.

 

 

"그럼, 내 거점까지 갈까. 아까 통화한 마유리도 거기에 있다."

 

캐리어의 정리가 끝나고 나서 휴대폰을 보았는데 이메일로 "언제라도 괜찮아"라고 연락이 와있었다. 일단 크리스를 데리고 가서 샤워와 부상의 치료다. 부상의 정도에 따라 샤워실에서 치료를 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서는 마유리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음식은 마유리가 신경써서 인스턴트 스프 나 죽 등도 사다 준 것 같으므로, 오카베가 그것을 준비하기로 했다. 또한 해가 질 무렵에는 페이리스도 시간이 난다고 해서 혹시라도 도와 줄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와주기로 했었다.

아마도 지금으로서는, 의식주가 가장 문제가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근처에 손을 빌려 경우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오카베의 임기응변이다.

"......기"

 

크리스의 대답을 기다리는데, 크리스가 소근소근하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귀를 조금 들이대자 크리스는 숨을 삼키며 결심한 것처럼 입을 열었다.......

그래도 꽤 작아서, 듣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고생스러웠다는 것 이지만.

 

 

"저......기...... 그거......, 필요없어......"

 

아무래도, 이미 폐기물이 되어 있는 캐리어를 가리키는 것 같다. 뭐 확실히, 그 안에는 벨트 몇 개와 구깃구깃하고 너덜너덜한 넥타이, 지저분한 운동복, 나머지는 소모품이 몇 점 들어 있는 정도이긴 하다. 그렇다고 해도, 필요 없다고 해서 여기에 방치하고 돌아갈 수도 없고 무엇보다 래버토리에는 의지할 수 있는 재봉 장인이 있다. 가지고 돌아가면 수선을 부탁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고 필요 없다면 원단을 제공받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폐기할거면, 정규의 절차를 밟을테니 안심해라, 우리 래버토리에 이 정도 놓아 둘 공간은 있다."

"그래, 도 .............더, 더럽잖아......"

 

"씻으면 된다, 아무튼 지금은 신경쓰지 않아도 돼, 자신의 일만 생각해라"

 

오카베가 그렇게 말하자, 크리스도 입을 다물어 버린다. 하지만 싫지 않다는 식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오카베는 그것을 좋은 징조로 보고, 그럼 가자, 라고 말을 걸었다. 그러자 크리스가 당황한 것처럼 손을 뻗는다. 무슨 일인가 하고 오카베가 바라보자 허겁지겁 손에든

페트병과 서류봉투를 흔들었다. 뭘 하고 싶은지 잠시 알 수 없었던 오카베였지만, 간신히 크리스가 멈추자 크리스가 소중하게 안고 있던 서류봉투를 백의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그리고 빈 오른손으로 천천히 조심조심 ... 오카베의 백의의 끝자리를 잡는다. 그것은 작은 아이가 무서워 매달리는 것 같은, 그런 "신뢰"의 형태.

 

"...그럼 떨어뜨릴지도 모른다. 페트병을 들어줄 테니 논문은 잘 간직해 둬라."

 

재치있게 입을 열어 쭈뼛쭈뼛 뻗어오는 왼손. 오카베는 부드럽게 페트병을 받고, 그리고 그 왼손이 소중히 봉투를 움켜쥐는 것을 지켜보았다. 꽉 움켜쥔 왼손, 바스락하고 종이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나더니, 서류봉투가 또 다시 찌그러졌다. 이미 꾸깃꾸깃 해져버린 그것 자체에는 가치가 없다. 그래도 놓치지 않는 것은 그만큼 그 논문이 크리스에게 중요한 것일 것이다. 오카베는 그것을 미소지으며 눈에 강하게 새기고 나서 천천히 한 걸음을 내딛는다. 크리스도 조금씩 오카베를 따라간다.

 

그리 멀지 않다. 래버토리까지 가는 길을, 천천히, 시간을 들여 걷기 시작했다.

 

 

 

 

- - - - -

 

 

 

래버토리가 보이기 시작했을 무렵, 마유리에게 메일을 넣었다. 답장은 바로 왔다, 샤워는 금방이라도 뜨거운 물이 나오는 상태, 소독약과 거즈, 반창고 등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정돈되어 있다는 완벽한 대답이 돌아왔다. 또한 얼음 주머니도 가까이 준비되어있어 맞이하는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저곳이다."

 

"…… "

 

 

오카베가 가리키자, 크리스도 천천히 올려다본다.벌써 코앞에 있는 오히야마 빌딩의 두 번의 창문. 크리스는 물끄러미 그곳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오카베를 따라 그 끝에 있는 작고 어두컴컴한 계단으로 들어갔다.

 

 

천천히, 천천히. 한 걸음씩 확실하게 계단을 올라가고, 마지막 한 계단까지 올라 온 것을 확인하자 오카베가 문 손잡이를 잡고 그 문을 부드럽게 연다. 그러자 그 소리에 이끌려 안쪽에서 통통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낯익은 소꿉 친구가 마중 나왔다.

 

 

"아, 오카린, 어서와!"

 

"다녀왔어. 습득물도 제대로 회수해 왔어."

 

"응. 안녕하세요. 마유시입니다. "

 

조심스럽게 얼굴을 내비친 크리스에게 마유리가 언제나 온화하며 웃는 얼굴로 인사를한다. 새로운 사람이 눈앞에 있다는 사실에 약간 놀랐는지, 오카베의 소매를 잡는 손의 힘이 약간 강해졌다. 그렇지만 전화와 같은 목소리에 안도했는지 곧바로 손의 힘이 빠진다. 오카베는 현관에 부서져 버린 캐리어를 두고 나서 신발을 벗고 래버토리의 안으로 발을 들여놓으려 했지만 힘껏 백의를 끌어당겨졌다. 돌아보니 현관 앞에서 크리스가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있었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려 했지만 마유리가 뭔가를 알아차린 것인지 안쪽으로 후다닥 달려 간다. 무엇인지 돌아서서 겨우 납득이 갔다. 진흙투성이가 되어 며칠이나 방치 상태였던 크리스, 그 상태로 실내에 들어오면 더럽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오카베는 부드럽게 크리스의 두 번 정도 손으로 머리를 쓰담는다. 곤란한 듯이 올려다보는 크리스의 뒷모습을 오카베가 부드럽게 당겨주자 크리스는 아주 조심스레 방 속으로 들어왔다.

 

"아, 혹시 괜찮었던걸까?"

 

 

"아니, 덕분에 살았다"

 

 

 

마유리가 가지고 온 것은 오래되어 사용하지 않는 약간 큰 타올. 사용하기에는 낡았기 때문에, 개발실의 안쪽에 넣어두고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리 세계선이 변해도 세심한것은 변하지 않는구나

 

지금은 아무래도 좋은 일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것으로 크리스를 부드럽게 덮어 준다. 특히 발 밑을 조금 세게 덮게되면 그것만으로 실내에 떨어지는 진흙의 양은 크게 줄어든다.

 

그대로 마유리는 크리스를 샤워실로 안내하고 탈의실을 바로 지나 직접 샤워실로 들어간다. 마유리가 안에 들어갔다는 걸 확인하고 오카베는 커튼을 쳤다. 여기서부터는 잠시 마유리에 맡기는게 된다. 탈의실에는 이미 두 사람 분의 옷과 응급치료세트가 대충 늘어져 있었기 때문에 오카베는 식사 준비 이외에는 할 일이 없을 것이다. 마유가 사온 인스턴트 식품을 적당히 고르고, 오카베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 - - - -

 

"네, 수고했어요."

 

"......"

 

 

 

끄덕, 그리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크리스. 마유리를 따라 나온 크리스는 마유리가 여기에 머물 때 자주 입는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다. 마유리는 외출용의 사복이었지만 위에 걸쳐 입는 재킷 등은 입고 있지 않다. 그 때문에 조금뿐 평소보다 노출이 많지만, 신경 쓰이는 정도는 아니었다.

 

 

 

책상에는 따뜻하게 데운 죽과 스프, 그리고 돼지고기가 담긴 샐러드가 함께 있었다. 모두 슈퍼에서 구입해온 인스턴트 제품과 기성품이지만, 지금의 크리스에게는 맛있는 음식일 것이다. 옆에는 컵에 따라진 차와 오카베가 편의점에서 사온 공원에서 마시고 남은 스포츠 음료가 놓여져 있었다. 이 정도의 것 밖에 준비하지 못하는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면서, 오카베는 크리스와 마유리를 맞이했다.

 

 

 

"마유리 몫도 따로 챙겨놨으니까"

 

"와 ~, 고마워 오카린!"

 

"뭐, 물건을 사다 준 사례이다. 이번 다루 녀석도 뭔가 마련해 줘야겠지"

 

"다루군도 걱정했어. 돌아오는 길에 말이야, 무거운 페트병 들어줬어-"

 

 

 

소파에 앉아 TV를 바라보면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던 오카베였지만, 마유리와 말을 주고받으면서 천천히 일어났다. 죽이나 스프가 조금 식었기 때문에 따뜻하게 하려고 허리를 폈지만......, 크리스가 그것에 재빨리 반응한다.

 

"......에"

 

"아, 저기......?

 

갑자기 쑥스러워 하면서도 후다닥 걷기 시작하는 크리스에게 당황한 마유리와 오카베였지만 크리스는 쭈뼛쭈뼛 오카베 옆으로 오더니 그대로 소파에 앉았다. 양손을 꽉 쥐고, 무릎 위에 놓으며, 고개를 숙이고 걸터앉는다. 마유리와 오카베는 눈을 마주치고, 조금 간격을 두고 나서 둘 다 동시에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오카베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길들여져 버린 것 같다.

 

"다시 데우는 것은 마유시가 해두는 것입니다."

 

"아, 부탁한다...... 그렇지만 쓸데없는 건 넣지 말았으면 좋겠군."

 

"무우. 따뜻하게 하는 것뿐이니까 아무것도 안 할 거야-"

 

"너의 경우는 조금 신용이 가지 않는 것이다......."

 

"아, 너무해-! 이제 오카린은 됐어, 그 아이를 보고 있어."

 

토라진듯한 말을 하면서도, 그래도 얼굴은 미소를 짓고 있는 마유리. 그 등에 구조되면서 오카베는 핀 허리를 다시 구부정하게 한다. 크리스와 서로 옆에 앉는 형태가 되었지만

마유리가 정성스럽게 씻어준 덕에 지금의 크리스에게는 진흙 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탈의실에서 치료를 받았는지 얼굴에는 거즈가 붙어 있고 손과 팔에는 반창고도 듬성듬성 보인다. 제법 다쳤던 것 같다. 오카베는 뭐라 말을 걸기 어려웠지만 말을 걸 계기도 겸해 다시 크리스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기분 좋았나?"

 

"……"

 

 

 

작게 수긍하는 크리스. 그거 잘됐다고 대답하면서도 상처투성이의 크리스를 바라보며 약간 가슴 속이 쿡쿡 쑤셨다. 크리스를 구하고 싶다, 그 한마음으로 오로지 타임리프를 반복했지만 그것 때문에 마유리를 몇 번이고 죽게 만들었고 크리스도 너덜너덜하게 만들었다.

 

미안한 마음이 흘러나왔지만 지금 여기서 그것을 털어놓을 수는 없다. 마유리 덕분에 보송보송해져, 좋은 향기를 풍기고 있는 갈색의 긴 머리를 빗으면서, 오카베는 크리스와 이야기를 계속한다. 이야기라고 하기엔 목소리는 일방적으로 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었지만.

 

 

 

"아픈가?"

 

 

 

도리도리.

 

 

 

"너무 무리하지 않도록."

 

 

 

끄덕.

 

 

"별로 좋은 설비가 없어서 미안하다, 그 옷도 마유리가 입던 것이겠지"

 

 

 

도리도리......

 

이것은 분명, 신경 쓰지 말아 주세요, 라는 의미일 것이다. 또한, 크리스는 작게 오카베의 백의를 잡는다. 오카베가 크리스의 얼굴을 조금 엿보니, 눈썹이 찌푸려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카베와 마유리에게 신세지고 있는 것을, 나름대로 부담으로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신경 쓰지마, 내가 좋아서 한 일이니까.......음, 그러고 보니, 휴대폰"

 

 

......끄덕. 조금은 시간차를 두고 고개를 끄덕이는 크리스. 손에 꽉 쥐고 있던 자신의 휴대폰은, 화면에 금이 갔고 겉 부분도 몇 군데 파여 있거나, 혹은 케이스 자체가 깨져 버린 곳도 있다. 아무래도 습격당했을 때 휴대전화도 피해를 받아 버린 것 같다.

 

 

"전원은 들어오나?"

 

 

......도리도리.

 

힘없이 고개를 젓는 크리스. 하지만 곧바로 얼굴을 들고 곤란한 듯이 고개를 갸웃. 그리고 어떻게든 몸짓으로 전하려고 시도한 것 같지만, 잘 떠오르지 않고 말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

 

"아......으......어,저......"

 

"아냐, 미안하군, 무리해서 말하지 않아도 좋다. 그렇군...... 망가졌나?"

 

도리도리, 도리도리. 그대로 몇 번이나 고개를 흔드는 크리스 오카베는 직감한다.

 

 

 

"충전인가?"

 

끄덕이는 크리스. 오카베는 휴대폰을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경력은 하시다와 같았기 때문이었다. 충전기까지 돌려 쓸 수 있을지 불명이지만, 한번 들여다 볼만 하겠지. 게다가 하시다에게 부탁하면, 화면은 수리는 의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래버토리에는 안전을 위해서 오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변태 발언으로 크리스를 겁나게 하지 않을 정도라면 조금은 상담을 해도 좋을 것이다. 당장 충전은 어려울 것 같지만 2, 3일에 어떻게든 해볼 것을 크리스에게 전하자 조금 안도하는 듯했다.

 

 

"오래 기다렸죠. 따뜻하게 데웠어요. 뜨거우니까 조심해요."

 

"그러고 보니 이름은 들었나?"

 

"아니. 오카린은 알고 있어?"

 

"......뭐, 일단 말이야. 자, 저기."

 

 

오카베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거기에는 사이언스지가 한 권. 크리스도 동시에 조심스럽게 눈을 돌린다. 그것이 사이언스지라고 인식해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가만히 눈앞의 식사에 시선을 떨어뜨리는 데 그쳤다.

 

"아, 혹시...... 마키세, 크리스 씨?"

 

"……"

 

끄덕. 작게 수긍하는 크리스, 오카베는 그때까지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멈추고, 이번은 어루만지듯 움직인다. 크리스는 저항하는 내색은 보이지 않고, 오카베가 움직이는 대로였다. 어느 정도 진정된 것처럼 보여 오카베도 계속 쓰다듬고 있다.

 

그런 다음 오카베가 권해 크리스는 쭈뼛쭈뼛 식사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한 번 먹기 시작하자 멈추지 않았다. 느리지만 차려진 식사를 먹기 시작했다. 차도 나름대로 마시고 있었으므로 냉장고에 들어 있는 큰 차를 꺼내 책상에 내놓는다.

그때 냉장고 안에 낯선 것을 발견하고 마유리에게 말을 걸었다.

 

 

"음, 푸딩?"

 

"응! 디저트도 있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크리스 씨, 괜찮다면 드세요."

 

조금 당황하면서도 작게 천천히 머리를 숙이는 크리스. 이것은 분명, 감사합니다. 의 인사일 것이다.

 

사이언스지에서는 상당히 당당하고 강경한 인터뷰 기사가 실렸으며, 지금까지의 세계선에서도 대체로 그런 인간이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조신하게 될 줄이야. 이건 이것대로 매력적이긴 하지만, 여기까지 몰고 간 녀석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신경이 쓰여 버렸다.

 

그것은 단순한 흥미 따위가 아닌 크리스를 이렇게 정신적으로 몰아붙인 녀석들에게, 가혹한 "복수"를 해 주고 싶은 것이 제일 큰 동기이다.

 

그러나 그것을 알아내는 것은 분명, 크리스가 적어도 일반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정도까지 회복하고 나서가 좋을 것이다. 오카베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며 지금은 묻지 않고 있다.

 

 

그리고 잠시 크리스는 오카베와 마유리가 띄엄띄엄 묻는 질문에 답하면서 두 사람과 함께 TV를 바라보며 식사를 계속했다. 최종적으로는 식탁 위에 놓인 것을 모두 비우고, 내친김에 먹다 만 빵도 다 먹은 뒤에야 손을 멈췄다. 음료도 스포츠 음료도 모두 마시고 큰 페트병의 음료도 상당한 양이 사라졌다. 너무 많이 먹는 것은 몸에 역효과이므로 적당히 끊고 차를 마시게 했지만, 이것으로 수분은 어느 정도는 보충되었을 것이다. 푸딩은 지금은 괜찮은 것 같다.

후~ 하고 한숨 돌리고 나서는, 조금씩 눈꺼풀이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며 움직였다.

 

"...샤워도 했고, 일단 배도 적당히 채울 수 있었겠지. 부상도 당한 상태고, 아무튼 그런 상태에서는 제대로 쉬는 것도 못했지? 일단 푹 자고 쉬는 게 좋겠군."

 

오카베가 타이르자, 크리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허리를 들어 소파의 공간을 확보하자, 크리스는 소파에 누워 있다가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역시 상당히 피로가 쌓여있었던 것 같고, 그 잠은 꽤 깊어 보였다. 안심한 듯 푹 잠든 모습을 보니, 오카베도 마유리도 비로소 긴장을 풀 수 있었다.

 

 

"후우, 다행이야. 이것으로 일단은 안심이네"

 

"아아. 그런데 옷과 잠자리는 어떻게 하지...... 그러고 보니 원래 입던 옷은 어떻게 했나?"

 

"음-, 스타킹은 역시 사용할 수 없지만- 그 이외는 괜찮을 것 같아- 아, 하지만 구두는 부서져서 이제 사용할 수 없어"

 

"마련해 올 수밖에 없겠군. 페이리스나 네 사이즈가 맞으면 좋겠지만...... 일단은 잠자리가 먼저인가."

 

"하지만, 크리스 씨, 상당히 오카린을 많이 따르는 것 같으니까, 함께 래버토리에 묵으면 좋지 않을까-?"

 

"최악은 그것도 생각하고 있지만, 가능하면 너나 페이리스처럼 나이 가까운 여자가 같이 있는 쪽이 안심하지 않겠나."

 

옷에 대해서는 적어도 쓰리 사이즈가 절망적이라고 생각하면서, 앞으로의 일에 생각을 돌린다. 그리고 나서 크리스가 자고 있는 사이에 하시다에게 휴대폰의 일을 상담하려고 크리스가 일어나지 않게 조용히 밖에 나가 하시다에게 전화하고 오기도 했다.

 

......앞으로 크리스는 타임 리프 머신을 만들어 나가야한다. 그 때문이라도 크리스의 건강을 되찾게 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무엇보다 이런 상처받은 크리스는 보고 싶지 않다. 작은 동물처럼 붙어 다니는 크리스는 귀엽다고 말하면 귀엽지만 크리스가 그것이 좋다면 몰라도, 지금의 크리스 자신은 괴로운 상황 속에 있는 것이다. 그걸 좋다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한시라도 빨리 미소 짓게 해주려고 온화한 크리스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 - - - -

 

"헤에, 그 마키세 씨가 있는거냐능?"

"아아. 지금 정신 상태로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 안정되면 제대로 소개하도록 하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뭐든지 말해달라능. 협력은 아끼지 않겠다능."

 

심야 늦게, 래버토리 아래서 하시다와 가볍게 이야기를 하는 오카베. 그 손에는, 크리스의 휴대폰의 기종과 일치하는 충전기가 쥐어져 있었다.

 

크리스 휴대폰에 대해 하시다에게 연락했더니 이전에 사용하던 휴대폰이기에 충전기가 있었고 그것을 사용하면 된다고 한다. 수리에 관해서는 보증 면도 있어서 아마 가게에 맡기는 것이 무난하다고 말했다. 래버토리에 올라와 크리스를 소개 할 수 없는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며 예의를 갖춰 오늘은 헤어지기로 한다.

 

"정말 미안하군, 밤늦게."

"아니, 괜찮다능. 그럼, 또 무슨 일 있으면 연락 달라능"

"알겠다, 그럼 조심히 들어가라"

 

하시다를 배웅한 후 래버토리의 계단을 오른다. 랩에서 쏟아지는 빛, 이제 22시를 지나는 이 시간에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의미하는 바는 하나뿐이었다. 즉, 누군가의 숙박...... 계단을 오르며 올려다보니, 조금 열린 문과, 새는 불빛에서 흔들리는 그림자 아무래도 오카베의 일이 걱정되어 문을 열고 상황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기다리게 만들었군. 필요한 것을 받은 것이다."

 

말을 걸면서 래버토리로 들어가니 약간 키가 조금 작은 그 실루엣의 정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여전히 마유리의 교복을 입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크리스. 그 손에 충전기를 쥐어주자 크리스는 후다닥 뛰어가 책상 위의 자기 휴대전화에 꽂았다. 콘센트를 연결하니 휴대전화에는 충전 램프가 빛났다. 완전히 망가지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크리스는 후 하고 한숨을 돌린다. 오카베도 반신반의했던 만큼 안도의 한숨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페이리스에게 옷과 이불 등의 제공을 상담했는데, 페이리스는 흔쾌히 승낙해 주었다. 그것 때문에 사복으로 랩도 들러주었다.

 

 

여느때와 같이 과격한 캐릭터가 아닌 가능한 한 신중하게 대해 주면 좋겠다고 전했지만...... 아무래도, 크리스가 무서워해 버려서는 안 된다. 받은 옷은 순순히 받아주었는데, 아직 낯선 사람이 접근하는 것은 경계하는 것 같고, 오카베의 백의를 꽉 쥐고는 떠나지 않았다.

 

부득이 페이리스는 인사를 하고 오늘만큼은 서둘러 자리를 떠주었다. 당분간은 애를 먹을 것 같다.

 

페이리스에게도 그 모양이니 당연히 하시다를 래버토리에 들여보낼 수도 없고. 사정을 설명하니 하시다도 이해하고, 협력적인 자세를 보여 주었다.

 

일단 오늘은 일단 안정되었고, 페이리스의 사복 제공으로 몇 일정도 버틸 수 있게 되자 마유리는 서둘러 돌아갔다. 마유리도 식료품의 구입이나 크리스를 온 후의 대응으로 여러가지로 신세지지않게 일해 주었으므로, 오늘은 피곤했을 것이라 생각해서 신경을 쓴 것도 있다. 지금, 크리스는 마유리도 나름대로 신뢰해주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한숨 자고 체력도 다소 회복된 지금은 어느 정도 래버토리를 돌아다닐 정도는 되었다. 다만 기본적으로 오카베에게서 벗어나는 일은 없고 오카베가 돌아다니면 크리스도 따라서 반응하는 것이 많다. 실제로 방금도 사람과 만나는 것은 무서워하면서도 오카베가 밖으로 나가서 이야기하는 것은 신경이 쓰이고 있던 것 같고, 계속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것 같다.

 

 

"기분은 어떤가?"

"...... 음"

 

끄덕.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크리스.

오카베의 질문에 대한 반응도 아주 조금이지만 진정되고 있었다.

 

흠칫, 흠칫.

 

겁먹은 듯 작게 보이던 반응도 조금씩 자연스럽게 변하고 있었다. 적어도 오카베 근처에 있는 동안은 작지만 차도가 있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오카베는 그것을 좋은 의미로 받아드리고, 조용해진 래버토리의 안에서 크리스와 함께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타임리프 해 온 그 날 노숙자가 된 소녀를 주워와 보호하고 보살폈다면, 피로는 클 것이다. 오카베도 커피로는 속일 수 없는 졸음이 쏟아지고 있어, 솔직히 눕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다만 소파는 크리스가 있어 형편상 소파에 누워 있을 수 없다. 마유리가 현역으로 사용하고 있는 타올이 몇 장인가 있으므로, 그것을 깔고 바닥에 누우면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바짝 팔을 뻗는다. 내친 김에 하품이 새고, 졸음이 그런대로 강해지고 있음을 자각한다.

 

그러자, 풀썩, 하고 백의가 당겨진다. 크리스의 몸짓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마도 졸린 것이 크리스에게도 전해지고 있을 것이다.

 

"나도 슬슬 잔다. 바닥에서 잘 테니 크리스는 소파에서 느긋하게 쉬어도 좋다."

 

그리하여 소파에서 일어나는 오카베였지만, 크리스는 지금까지 가장 강하고, 백의를 꽉 움켜쥐었다. 무슨 일인가 하고 오카베가 돌아보니, 크리스가 툭툭, 하고 소파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제대로 된 단어로써 자신의 의도를 전해왔다.

 

"...찮, 아요......"

"응?"

"......한 사람은......아니......"

 

분명히 저녁에 잠들었을 때는 피곤했던 데다 마유리가 옆에 있었던 적도 있어서 좋았던 것 같지만, 밤에는 사람이 근처에 없는 것은 무서운 것 같다. 사람이라기보다는 오카베나 마유리겠지만, 지금은 오카베 밖에 없다.

솔직히 눈가를 적시며 올려다보는 그 모습은 반칙급의 귀여움 이였지만, 작게 떨고 있는 것을 간과할 수 없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는 오카베에게 고개를 푹 숙여 버리는 것은 분명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카베는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떼고 나서 안쪽에 넣어둔 침낭을 가지고 오며 그것을 소파 바로 옆에 펼쳤다. 그리고 침낭에 들어가, 오카베로 부터 소파 쪽의 손, 왼손을 쭉 뻗는다.

 

 

"...... 뭐, 돌다가 떨어져 버릴지도 모르지만"

"에......?"

"이정도로 좋다면, 그래"

 

손을 잡고 자자. 이전의 크리스를 상대로는 도저히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일을 태연하게 해내. 그것은 물론 부끄러움에 빠진다든가 그런 것이 아니라, 지금은 온순한 크리스를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전제되어 버리니까. 크리스를 구원하는 것도 마유리를 돕는 것도 우선은 언제나 크리스를 되찾고 나서다. 그러니까 ---

 

살짝 겁먹은 듯이 오카베의 손을 잡고있는 크리스. 그렇지만 그 손놀림과는 달리 얼굴에는 알 수 있을 만큼 안도의 표정이 떠올랐다. 오늘 본 표정 중에서는 가장 차분한 표정. 오카베도 미소 지으며 그것을 바라보다 결국 견딜 수 없는 졸음이 밀려와 꿈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그날 꾼 꿈은 지금까지 본적이 없을 정도로 온화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이어진 손 때문에 그런 것이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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